스타벅스나 도회지 거리에서 흔히 만나는 테이크 아웃 커피를 대단히 싫어하는 편이다. 달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커피향에 담긴 심미적 깊이를 헤아릴 만한 혀를 가진 것도 아니라 맥심류 인스턴트 커피를 오로지 좋아해왔다.
이런 싼 커피의 단점이란 위에 부담을 주어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인데, 여행 중 복통을 일으킨 뒤로 매 끼니마다 소화제 두 알을 먹고 있는 형편이라 커피를 자제하고 있다. 그런데 어제 잠깐 밖에 나갔다 횡단보호 신호를 기다리며 눈에 들어온 테이크 아웃 커피점에서 무심코 카페라떼를 하나 샀다. 전에 마셔보았던 것인데 웬 일인지 지금은 꽤 괜찮은 맛이었다. 달지 않고 밍숭맹숭한 것은 여전했지만 입안에 질리지 않고 달콤한 것이 기분 좋았다. 속에서 부담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가까운 편의점에 들러 종이컵에 담긴 800원짜리 비싼 커피 - '모나코 카푸치노바닐라'를 하나 사왔다. 카푸치노에서 풍기는 계피향이 싫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마늘빵을 한 입 아작 깨물고 카푸치노 한 모금 마시는 기분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미국에선 스타벅스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커피문화의 저변이 상당하다고 한다. 직장인들이 아침에 하나씩 사마시는 커피값만 모아도 20년 뒤에는 2만6000달러나 된다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읽었다. 2만6천달러까진 아니더라도 일요일마다 하나씩 사마시면 또 하나 생활의 즐거움이 될 것 같다. 맥심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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