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을 등장케 한 '지르다'라는 표현은, 재화나 용역에 대한 구매가 남들이 보기에 '사고(事故)'에 가까울 정도로 지나침이 있다는 의미로 등장했다. 즉, '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저)질렀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런데 요새는 개나 소나 지른다.
(관용적으로 희화한 표현이니, 개인적인 상처를 받는 분은 없으시길) 어디서 보면 만 원짜리 책 한 권을 사고서도
"질렀습니다. 푸하하하." 하고 글을 올리는 사람을 본다. 끼니를 굶으면서 궁핍하게 살던 사람이 며칠 밥 못 먹을 각오를 하고서 책을 산, 그런 심각한 상황인고 하면 또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남들이 쓰니까 저도 생각없이 '지른다'고 말한 것이다. 산 거면 산 거지, 뭘 또 지르냐?
인제 동네 문방구 가서 연필 한 자루를 사고서도
"프하하하! 연필 한 자루 질렀습니다!" 이럴 건가? 초코파이 한 개 사고서도
"털썩! OTL... 초코파이 질렀습니다." 이럴 건가?
잘 보면 상황에 맞지 않거나 과도하게 '질렀다'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은 정말 뭔가 질렀다는 자기 인식이 있는 것보다는, 별 대단치 않은 자신의 구매행위를 어떻게 돋보이게 해보려는 저의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평생에 얼마나 책을 안 사 봤으면, 책 한 권 산 것이 '저지르는 행동'이 될까나.
책 한 권 샀으면 그냥 샀다고 말해라. 말마따나 그냥 산 거 맞잖나.
언어과용
도 도를 넘으면 '굉장히' 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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