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고 일어나니 이불 위에 내 성경책이 놓여 있다. '이 녀석이 또 가위 눌렸나 보구나' 생각했다.
내 동생은 자주 가위에 눌리는 편이다. 자다가 숨이 막혀 깨어 보면, 어떤 여자가 팔이나 몸을 짓누르고 있다고 한다. 하도 잦다보니 이제는 가위에 익숙해져서 별로 무섭지는 않은데, 밤새도록 잠을 못 자도록 방해를 하니까 하루 종일 피곤해서 녹초가 된다고 한다.
그런 이 녀석이 나름대로 해법을 찾았는데, 내 손을 잡고 잠을 자는 것이다. 가위에 눌리던 어느날 밤, 형이 크리스찬이니까 악령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 손을 잡았더니 여자가 물러가더란다. 그후로 내 동생은 가위에 눌릴 때마다 내 손을 잡고 잠을 청했다.
요사이는 손을 잡기가 좀 곤란해졌다. 내가 취향상의 문제로 거꾸로 잠을 자기 때문이다. 아무리 크리스찬이라도 발을 잡기엔 좀 마뜩찮았나 보다. 그래서 그후로는 내 성경책을 손에 쥐고 잠을 잔다고 한다. 밤새도록 여자한테 시달리다가도 손에 성경책을 쥐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나는 '가위 눌림'이 악령과 같은 영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심리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크리스찬의 손을 잡고 잠을 자면, 그리고 성경책을 쥐고 잠을 자면, 영혼이 보호를 받으리라는 믿음이 가위를 물러가게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어느 쪽이든, 교회에 한 번 나가보지 않은 내 동생이 스스로 '악령'이라 믿고 있는 존재를 쫓기 위해 하나님의 도움을 구한다는 건, 그리고 효과가 있다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다. :)
|
명 오늘 
명
PRINT Text
PRINT 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