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자전거 라이트(정가 1만원)와 라이딩용 장갑(6천원)이 택배로 도착했다. 어제 산 휴대용 펌프(6천원)도 장착했겠다 시험 주행을 나가고픈 마음에 무리를 해서 밤 8시 30분께 길을 나섰다. 중랑천을 지나 잠수교를 건너 잠실대교를 돌아 다시 집에 도착하니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 갈증이 느껴져 올해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딸기맛 와와"
원래 아이스크림을 잘 못 먹는다. 과일도 몸에 잘 맞지 않기 때문에 해 떨어진 후에 물 많은 과일을 먹으면 꼭 설사를 한다. 그런데 오늘 같은 날은 아이스크림이 넙죽 먹어진다.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속에서 잘 받는다. 더워서 그런가 보다. 정말 덥고 정말 목이 마를 땐 체질이고 뭐고 없는 법이다. 작열하는 여름날 기재창고 앞에서 선임병이 사다준 팥빙수를 덥죽덥죽 퍼먹고 있으면 세상이 내 것 같았다.
에어콘은 물론이고 선풍기도 변변치 않은 군대에서는 하도 더우니 아예 기간을 정해서 그동안에는 근무시간에도 런닝과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을 허락한다. 잠시 기강을 세우니 뭐니 하면서 다시 반팔 체육복과 전투복 하의에 워커를 신도록 단속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런닝과 반바지에 비길 바가 되지 못했다. 몸에 한 겹을 걸친 것과 두 겹을 걸친 것은 천지 차이다. 정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여자들의 여름날 민소매나 탑 형태의 상의를 입고 다니는 것, 많이 짧은 반바지를 입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패션 차원을 넘어서 일단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짧은치마는 내가 안 입어봐서 시원한 정도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면 또 '긴 치마는 입어 봤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한 대 때려줄테다.) 풍기가 문란하니 성범죄를 유발하니 하지만 그거야 문란의 근원을 단속하고 유발된 넘들의 거시기를 잘라버릴 일이지 어찌 그 때문에 민소매와 반바지를 탓할 수 있으리요.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그것에 대한 인식 자체는 충분히 개조될 수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하물며 '풍기 문란' 따위의 구색 없는 외침이 정당성을 가지랴.
당당하게 민소매와 반바지를 입어라, 여성들아. 남자들은, 그 칼 잡은 전투복에 물광 이빠이 낸 전투화 신고 휴가 나와 어깨 힘주던 남자들도, 군대시절에는 덥다고 런닝에 반바지만 입고 연병장을 돌아댕겼단다.
덧.
런닝에 이름표 찬 모습 꽤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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