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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김규항 씨가 자신의 글 때문에 누군가와 지상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글에 사용된 표현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이가 있었다. 그것에 대해 김규항 씨는 'B라고 쓸까 하다가 일부러 A라고 쓴 것이었다'고 대답했었던 걸로 기억한다(늘 그렇듯 내 기억은 세세하게 정확하지는 않다).
그 부분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첫째,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책임질 수 있는 자세를 먼저 견지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보았기 때문이고, 둘째, 단어와 문장의 선택이 일차적으로 작가 내심에서 근거한다는 것을 빌미로 자신을 포장하는 거짓된 동기를 창작해내지 않는 그의 솔직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눈을 닫고 귀를 닫아 마음을 강팍하게 이들 보다야,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사의를 표현하는 이가 백 배는 낫다. 하지만 그 이상의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도 잠시 잠깐의 체면치레나 유려함을 잃지 않기 위해 '책임감이 결여된 용법'을 숨기고 거짓된 동기를 부각시켜 최소한의 고개숙임을 모색하는 것은 보는 이에겐 안타까운 모습이다.
차갑든지 뜨겁든지 해야 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함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덧.
직접 일러줄 만한 친분은 없어, 스스로 보는 눈 깨달을 지혜가 있기를 바라며 이곳에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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