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전에 피디수첩 제작진의 신념과 그것에 대한 진정성을 믿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신의 신념에 기반하여 행동하는 과정에서 빌미를 준 죄는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다
. 그들의 사정이 어떻든 간에 그들은 그들의 사정과 무관한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기어이 공동체의 규칙을 깨는 길을 택했다면, 그로 말미암은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은 일차적으로 그들 자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번 강조했듯, 스스로 옳은 길을 걸어간다고 믿는 사람은 그 옳은 길이 지향하는 목표점의 고귀함과 그에 비례하는 연약함 때문에라도 더욱 자신에 대해 매몰차고 엄격해야 한다.
이것은 거꾸로 황 교수에게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황 교수(와 그의 옹호자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난치 혹은 불치의 병마와 싸우며 눈물 흘리는 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일정 연구 데이터를 조작할 수밖에 없었다손 치더라도, 그 사실이 결국 내부자에 의해 세상에 밝혀지고 또 그 과정 속에서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 많은 이들로부터 외면 받게 되는 상황들은 모두 그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이로 인하여 끝내 연구팀이 해체되고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뒷걸음질치게 되는 것까지도 모두 '그가 빌미를 준 죄'의 열매이기 때문이다. 엠비시가 개비시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얻게 된 첫 도미노를 넘어뜨린 공이 한학수 피디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처럼,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 황우석 교수!
그는 거짓된 논문을 사이언스에 제출하는 그 순간, 자신의 이 잠시잠깐 거짓말이 나중에 수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겠지만, 바로 그때 자신의 이 거짓말이 반대로 수많은 환자를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릴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했어야 했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진정성을 보험 삼아 피를 흘릴 것을 결심한 개혁자와 헌신자가 있었던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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