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강풀의 '타이밍'의 결말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꿈에선 뭐든 다 알잖아.
심지어 내가 움직이는 모습을 내가 보기도 하고.
하하. 맞다. 내 모습을 내가 보기도 하지?
그리고 내가 이 사람도 됐다가 저 사람도 됐다가
남들 생각하는 거까지 다 알기도 하잖아?
맞아 맞아. 나도 그런 적 있어.
그러고 보니 꿈에선 모든 게 다 가능하네?
그런데... 왜 꿈에선 내가 죽는 꿈을 꾸면 그 꿈이 끝나지?
얼래...? 그런가...?
그렇잖아. 막 높은 데서 떨어져 죽는 꿈 많이 꾸잖아.
그럼 죽으면서 꼭 깨지 않냐?
막 으아아악 소리 지르면서 깨잖아.
음...
왜 내가 죽으면 꿈이 끝날까...
야, 그거야 니 꿈이니까 그렇지.
왜 내가 죽는 꿈을 꾸게 되면 그 순간 꼭 잠에서 깨게 될까...
.......
강풀의 '타이밍' 마지막회 서두 부분의 내레이션이다. 도저히 수습이 불가한 상황으로 치달은 다음 '모든 게 꿈이었어' 로 마무리하는 뻔한 결말이 될 수도 있었지만, 저 꿈 속에서의 죽음에 대한 강풀의 남다른 해석(차용한 거라면 이 말 취소) 덕에 정말 빼어나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한 편의 극화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걸출한 감독이 '타이밍'을 원작으로 하여 멋진 영화를 만들 날이 오길 고대한다.
이 즈음에 평소에 많이 하던 생각을 또 다시 하게 되었는데, 강풀은 스토리 작가로만 활동하고 작화는 다른 분이 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그것이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강풀은 만화를 너무 못 그린다. 인체 비례 같은 것은 두고라도 전개와 상황에 맞는 표정을 묘사하는 능력이 현저히 달리는 듯.
언젠가 희연 선배가 강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이 그 모든 결점을 커버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커버가 아니라 도리어 작화의 결점이 스토리를 빛바래게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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