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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때 아파트 계단을 뛰어다니며 우유를 돌리면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난 10월 9일에 하프 마라톤에 참가했었습니다. 꾸준히 달리기 운동을 해왔었지만 그런 장거리는 처음 뛰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마라톤이라는 게 그렇게 무릎에 충격이 많이 가는 운동인지 몰랐습니다. 7킬로미터 무렵부터 통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반환점을 돌아서는 걷다 뛰다를 반복할 정도로 심하게 아팠습니다. 그럼에도 완주하겠다는 일념으로 뛰었고 두 시간 칠 분의 기록으로 골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중도 포기를 했어야 했어요. 두 달이 가까워 오는 지금도 조깅 비슷하게 조금만 뛰고 나면 무릎이 아파서 다음 날은 계단을 못내려갈 정도입니다. (뛰지만 않으면) 사는 데 지장이 없고, 이제 군대 신검 받을 일도 없으므로(-_-;) 병원에 갈 생각은 없지만, 무릎이 상당히 안 좋은 상태인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종열 군은 의외라고 하더군요. 매년 자전거 여행을 해온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는데 무릎에만 그렇게 통증이 오고,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는 건 이상하다는 거지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체력적인 문제와는 관계없이 저는 무릎이 약한 상태로 오버 페이스를 했던 겁니다. 어쩌면 이 무릎 통증은 평생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겁니다. 목사님이나 지도자단이 강조하는 헌신이 있습니다. 내 생각과 내 계획으로 하나님 생각과 하나님 계획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순종에 정도의 제한을 둔 헌신이 무슨 진정한 헌신이냐고 묻습니다. 그분들의 말씀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그분들이 옳습니다.
문제는 목사님이나 지도자단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권하고 독려하는 헌신은 말씀과 신앙의 기본적이고도 개론적인 수위의 내용입니다. 주께서 도우시고 뜻하시는 일을 사람의 생각으로 거부하고 두려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일깨우고 경책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알지 못하는 우리 개개인의 생활 영역과 사정이 분명히 있으며, 그것은 우리 자신이 하나님을 의뢰함으로써 가함과 불가함을 판별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성도들은 주께서 쓰시기에 편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저는 거기에 덧붙여, 편한 도구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되, 그만 도구가 깨져버려 더이상 주인이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안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간구하고 바라고 침노하는 것만이 신앙적이고 주의 뜻에 합당한 믿음의 행위라 인정받는 현실 속에서, 멈추고 중단하고 묵상하며 주의 뜻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은 도리어 힘든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만약 지금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것이, 남들이 보기에는 아름답고 신실해 보일진 몰라도, 그것이 나의 한계점을 넘어서 나를 해치고 많은 부분에서의 연합을 깨뜨리는 것이라면 단언코 우리는 멈추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저를 사랑하시고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의 아버지 되시는 그분을 알고 따르는 것을 기뻐하십니다. 자녀가 아버지를 사랑해 보잘 것 없지만 자그마한 선물을 마련한다면 아버지가 얼마나 기뻐할 일이겠습니까. 그렇지만 만일에 자녀가 아버지를 위하려는 마음에 강박이 심하여 급기야 물건을 도적질하거나 자신을 망치기까지 하면서 그 마음을 드러내려고 한다면 그것만큼 아버지를 슬프시게 만드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목회자와 지도자단의 헌신 일변도의 강권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그분들은 기본된 모습을 말씀하시는 것일 뿐이니까요. 무릎이 망가지기 전에 멈출 줄 아는 지혜가 우리 안에 있어야 합니다. 무엇이 기쁘시게 하는 일인지, 무엇이 슬프시게 하는 일인지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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