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백으로 이어진 앞글 :
http://wabang.golbin.net/tt/index.php?pl=419
"페리군, 서문을 한 번 읽어 보겠나?"
"'시(詩)의 이해'. 에번스 프리처드 문학박사 저.
시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운율, 음조, 비유를 이해하라. 그리고 2가지 질문을 하라. 첫째, 대상의 예술적 표현도. 두번째, 대상의 중요도이다.
첫째는 시의 완성도 측정이며 두 번째는 중요도의 판단이다.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면 시의 위대함이 쉽게 판별된다. 시의 완성도를 가로축에 놓고 중요도를 세로축에 놓으면, 그 시의 위대함은 완성도와 중요도의 영역이다. 바이런의 시는 중요도는 높지만 완성도는 겨우 보통을 넘는다. 반면에 세익스피어의 시는 두 가지 면에서 모두 높다고 볼 수 있다. 고로 매우 범위가 넓으므로 실로 위대한 시가 되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시를 읽는 동안, 이 평가 방법을 연습하도록 하라. 이러한 방법으로 시를 평가하는 능력이 길러지면 시를 통해 얻는 기쁨과 이해도 깊어질 것이다."
어느 누군가는 '예술의 영속성'을 일컬어 '시공간을 떠나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더라만, 그건 분명히 틀린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로 공인한 영화 <사랑니>는 내게 있어 여전히 2005년도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이며, 많은 사람들이 예술로 칭하기 마지않는 <친절한 금자씨>는 내게 여전히 조악한 실험 영화로 기억된다.
그렇다면 '모두'를 어우르는 '예술'의 조건이란 게 있을 수 있는가? 한 사람이 더 공감하느냐 덜 공감하느냐의 차이일뿐, '예술'이라는 개념은 본질적으로 가치주관적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그들이 좋아하는 만큼의 예술적 가치가 있다.
때문에 귀여니가 무엇을 써냈건 간에, 그가 써낸 결과물을 가지고 감동을 받는다는 사람들의 감성을 비웃고 재단하는 모습은 내게 기이하게만 보인다. 에번스 프리처드 박사의 시 감별법에 따라 X축과 Y축을 그려서 귀여니 시를 분석이라도 해봤단 말인가? 그래서 정답이 나왔단 말인가?
키팅 선생의 대답은 이렇다.
"쓰레기!!
그게 J. 에번스 프리처드에 대한 나의 견해이다. 시는 그렇게 재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시를 아메리칸 탑 텐 처럼 평가할 수 있겠나? '오, 난 바이런 시는 42점짜리라서 그의 시를 안 좋아해' 이렇게?
자, 이제 그 장을 찢어 버려라. 어서, 몽땅 찢어 버려!"
<이퀼리브리엄>에서처럼, 쓰레기 같은 귀여니의 시 따위에 감동을 느끼는 사람을 추려내어 소각 살처분이라도 해야 모두들 만족할지 모르겠다. 이것은 주관적 감동과 심상의 세계에 대한 대리 검열....... 기존의 룰과 질서와 고정관념에 반하는 모든 것에 대해 본능적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에 대한 반성과는 별도로, 우리 안에 찢어내야할 페이지는 아직도 많다.
명 오늘 
명
PRINT Text
PRINT 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