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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내 동생은 크게 불량스러워지기 시작했고 인생 자체에 회의를 느끼는 듯 했다. 자연, 나는 불안해질 수밖에. 그러다 간혹 정말 허무함을 이기지 못해 자살해 버리는 건 아닐까.... 아니면 자신만의 고독을 감당하지 못해 세상을 저버리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궁여지책 끝에 생각해낸 건....... 내 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었다.
사람이란 얼마나 남 가르치기 좋아하는 속물인지! 내 동생의 라이프 스타일은 (당시) 홀리 스탠다드 크리스찬이었던 내 시각으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뭐라 한 마디라도 해주고픈 욕망이 간절했건만, 어찌어찌 하여 잘 다스린 결과 그 모든 어그러진 세상의 이야기를 난 잘도 경청하였다.
한 마디의 토도 충고도 덧붙이지 않았다.
그 결과 여전히 그 세상에 발을 담그고 있긴 하지만 적응한 회색분자 로서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 내 동생을 바라보노라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어머니를 통해 "그래도 난 리디 형이 젤 좋다."는 녀석의 썩 나쁘지 않은 평가를 들었을 때 내가 느낀 기쁨은, "나 잘 살고 있다."는 녀석의 해명보다 위력있는 결과 보고서였다.
2.
사람에겐 이따금 빈 콜라병을 던질 수 있도록 마련된 괜한 담벼락이 필요한 법이다. 그러한 담벼락 마저도 허락받지 못한 채 속으로만 침잠해들어가는 이의 영혼에 귀 기울이는 자는 누구인가?
횡설수설 심각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애태우는 이를 만난다면, 여러분들아, 그냥 들어주어라. 거기에 어떤 해결책도 있느니 없는 만 못하다. 당사자들이 무지한 스스로의 지혜를 절감하고 당신의 유식에 기대려 온것이 아닌 탓이다. 그저 기댈만한 언덕이 되어 주어라. 담벼락이 되어주어라.
당신이 여전히 그에게 토를 달고 싶어한다면 그는 다시 문을 걸어잠그고 다시금 끝없는 침잠 속으로 삽질을 계속할 것이다. (`02. 9. 28)
덧붙임.
다음넷에도 올렸던 얘기지만, 그 녀석 폰에 단축 다이얼 3번을 누르면, '완벽한 사람, 형'이라는 글자가 뜨는 걸 보고 무척 감동 먹었드랬다. ㅜㅡ 그런데 최근에서야 난 또다른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 단축 다이얼 2번을 누르니 다음과 같은 글자가 뜨는 것이었다. "완벽한 사람, 누나" (리디 위로 누나가 하나 있음.)(`03.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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