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다가온다
성탄절이 다가온다. 그래서 드디어 이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글 중에는 때에 따라 올릴 수 있는 것이 있고 때랑은 상관없이 올릴 수 있는 글이 있다. 이글이 전자에 속한다. 9월부터 이글을 구상했었는데, 그때 올렸다가는 정작 성탄절이 되어서는 기억도 나지 않을 거 같아서 참느라 고생했다.
이번 기획은 3회에 걸쳐 진행된다. 오늘은 내 사랑하는 동역자(그가 그렇게 생각하는진 모르지만....) 최인규 형제가 작년 말 성탄절을 앞두고 주보 '작은목소리'에 썼던 글을 소개한다. 내일 모레는 새벽나라에 실은 그림을 중심으로,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은 내 글을 중심으로 전개가 될 것이다.
요지는 간단하다. 성탄절에 대해 우리 좀더 솔직해지자는 것........그뿐이다. 무슨 말인지 갸웃거리지 말고 이제 눈을 크게 뜨고 글을 읽어 나가기 바란다. 다음은 앞서 말했듯, 최인규 형제의 글이다.
이번 성탄절에는
산타클로스, 하얀 눈, 경쾌한 캐럴, 루돌프 사슴의 빨간 코, 성탄절 전야제, 새벽송. 성탄절 하면 생각나는 것들입니다. 매년 12월말이 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설렘과 흥분으로 성탄절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정말 기뻐해야 할 성탄절, 예수님이 나신 날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혹시 전날 밤을 새가며 친구들과 소담을 하곤 정작 중요한 다음날 성탄기념예배때는 꾸벅꾸벅 졸고 집에 가서 밤새 못잔 잠을 자고 일어나면 26일이 되어 있어 웬지 모를 공허감만 깊이 느끼진 않나요?
성탄절은 예수님의 생일입니다. 그 생일은 단순히 예수님의 탄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과 예수님 안에서 우리의 재탄생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성탄절의 초점은 예수님께 맞추어져야 합니다. 성탄절날 친한 사람끼리 놀면서 '우리의 기쁨이 주님의 기쁨'이라는 식의 변명은 통하지 못합니다. 생각해 봅시다. 당신의 생일날 당신을 제외한 모든 친구들이 당신이 없는 다른 장소에서 당신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얼마나 황당하고 불쾌한 일입니까! 성탄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어느 곳에나 어느 때나 우리와 함께 계시지만 우리의 초대를 받기를 기다리시는 분입니다.
그날의 주인공 되시는 예수님께 기쁨이 되는 크리스마스가 되기 위해서 꼭 지켰으면 하는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주님과 일대일의 개인적인 만남의 자리를 준비하십시오. 예수님은 이 특별한 날을 당신과 단둘이 느껴보기 원하십니다. 거리의 캐럴소리만큼 요란하지도 않았고 산타클로스처럼 환영받지도 못한 2천 년전을 생각하며 마태복음1∼2장과 누가복음1∼3장을 깊이 묵상하십시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신 그분이 오늘날 다시 당신 안에서 인격적으로 만나주실 것입니다.
두 번째, 가정에서 성탄절 전야를 맞이하십시오. 예수님을 처음 영접한 사람은 목동도 아닌 동방박사도 아닌 요셉과 마리아라는 부모님들이었습니다. 가정에서 시작된 기쁨은 현대에도 다시 가정 가운데서 나타날 것입니다. 안믿는 부모님을 둔 성도에게 성탄절만큼 예수님을 소개하기 편한 시간도 드뭅니다. 텔레비전을 켜도 '아기 예수'가 나옵니다. 라디오에서도 '노엘 노엘 이스라엘 왕이 오셨다'고 흘러나옵니다. 사방이 전도의 도구들입니다. 또한 믿는 가정에서는 케잌을 자르며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고 함께 감사 기도를 드릴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성탄절의 기쁨과 축복을 지체들과 나누십시오. 예수님께서는 사랑의 증거로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그만은 못해도 조그마한 선물과 함께 카드를 준비해서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십시오. 교회 지체들끼리의 나눔으로만 제한하지 마세요. 고아원, 양로원, 재활원에는 어려운 때일수록 사랑의 손길이 더 필요합니다. 성탄절의 주인은 예수님입니다. 기쁨으로 맞이합시다. 결코 혼자 즐거운 성탄이 아닌 모두의 기쁨이 되는 성탄이 되게 합시다. 교회만의 축제가 아닌 온 인류의 축제로 만듭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탄절 당일만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며 감사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일년 365일을 모두 성탄절처럼 감사하며 서로 축복하며 보내야 할 것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무얼 말하는가
최인규 형제의 글은 그렇게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어내고 있지는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보에 실은 내용이었고, 우리가 몸담았던 청년부도 '온밤지새우기'라는 이름으로 성탄전야 밤새는 행사를 연례적으로 열어왔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최인규 형제는 간접적으로 주제를 드러내는 글을 썼다. 겉으로 보아서는 단순히 '성탄의 참의미를 기억하자' 정도로 독자는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글의 중점은 '두 번째' 제안에 들어있었다. '가정에서 성탄전야를 보내자'라는 내용이 의미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바로 그것이다. 교회에서 성탄전야를 새지 말자는 것....... 그것을 말하기 위해 그리도 돌려돌려 이야기했던 것이다.(그래서 나는 최인규 형제의 글쓰기 능력을 '천재'의 수준으로 본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지난 주 첫번째 정팅은 이 글을 진행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시 사람들마다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의 이면도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우리의 성탄전야는 어떻게 돌아가는가.
어디 멀리서 찾을 것 없이, 내가 매년 경험했던 '온밤 지새우기'라는 행사에 대해 설명하려고 한다.(이하에서 '성탄 전야 밤새기'를 '온밤 지새우기'로 부르기로 하자.) 온밤 지새우기는 고1때부터 청년부 올라와서까지 매년 빠짐없이 참석한 행사였다.
간단한 찬양으로 시작해서 짤막한 예배를 드린다. 약간은 진지한 듯한 프로그램이 뒤를 잇고 출출해지면 야식이 나온다. 그 다음은 본격적인 게임 시간이다. 홀리한 표현으로 '교제' 시간. 밤 12시가 가까워오면 불이 꺼지고 케익이 준비된다. 초에 불을 붙이고 둥그렇게 둘러서서 축복송을 부르며 예수님의 생신(?)을 축하한다. 그리고 다시 게임 시간이다. 새벽 이슥할 때까지 논다.
4시가 넘어서면 파장 분위기가 되면서 끼리끼리 모여 잡담을 나누다 집에 가서 잠을 잔다. 동이 터올 무렵 현관 초인종을 눌러 어머니를 깨우는 기분은.........별루다. 노곤해져서 '다녀 왔습니다.'하고는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잠이 깼을 때는 벌써 오후다. 나른한 기분으로 텔레비전 보며 소일하다 저녁 먹고, 그러다보면 금방 자정이 된다. 시계를 보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아, 벌써 크리스마스가 끝났구나........"
나는 나만 그런 줄 알았다. 내가 못난 탓에 성탄절을 그리도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잘낫으므로 필시 의미있고 고상한 성탄절을 보내고 있으리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98년 말, 코람데오 편집회의에서 '어프로치(주보 '작은목소리'의 칼럼코너)'에 무슨 내용을 다룰 거냐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성탄절 이야기가 나왔다. 성탄절.....온밤 지새우기.....이대로 좋은가 하는......
말을 안해서 그렇지, 다들 '이건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만 고민하던 문제가 아니었다. 최인규 형제가 총대를 맸다. 물론 내가 주의를 주었다. 회장단 안 건드리게 조심해서 글을 쓰라고. 성탄절을 몇주 앞둔 어느날, 그의 글은 주보에 나갔고 그게 바로 위에서 여러분이 읽었던 글이다.
** 밤은 왜 새는가
내 질문은 간단하다. 밤을 왜 새냐.........그거다. 온밤 지새우기의 목적이 성탄절의 의미를 더 깊이 생각해 보자는 취지인 듯 한데, 밤을 새서 정말 성탄절을 뜻깊게 지냈나? 아니다. 네버, 아니다. 성탄의 참뜻? 그런 거 눈씻고 찾아봐도 모르겠다. 말이지, 술 안주만 없다뿐이지 세상에서 밤새 걸판지게 노는 거랑 무슨 차이가 있는가 모르겠다. 중간에 10분 정도 예수님을 떠올렸다고 우리 노는 게 무어 그리 대단한 홀리스런 행사로 뒤바뀌진 않는다.
솔직해지자. 성탄의 참뜻을 기리기 위해 모인 게 아니다. 우린 그저 놀기 위해 모인 거다. 장소가 교회이다보니 좀 특별한 것 같고 부모님도 대체로 수긍하시겠지만 우리가 성탄전야에 시끌벅적하게 노는 건 당초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있어도 한참 있다.)
성탄절이라는 이름보다는 크리스마스라는 세련된 단어가 입에 맞고 주 예수를 믿지 않아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즐거워하는 세상풍조를 우리 크리스찬들은 비판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행함과 다를 것이 뭐가 있을까. '크리스마스니까' 즐겁고, '크리스마스니까' 밤새 놀고......하는 인식 자체가 이미 세상 풍조에 함빡 젖어있는 증거다. 12시에 예수님 생신 케익을 자르고 하는 건.......암만 생각해도 'show'같다. 불끄고 촛불 켜고 케익을 앞에 둔채 축복송 부르는 건 분위기도 좋고 하니 우리 기분을 만족시킬지는 몰라도 성탄의 의미하곤 별루 어울리지 않는다. 케익 자르고 나면 성탄이고 뭐고 또 정신없이 놀 텐데 뭘.
치명적인 얘기를 하나 할까? 온밤 지새우기 행사의 시작에는 성탄감사예배가 포함되는 게 보통이다. 그럼 생각해보자. 성탄감사예배를 드리고 그 식후 순서로 교제시간을 갖는 건가, 아니면 교제시간을 갖는 데 그냥 놀기도 뭐하고 해서 맨 앞에 조촐하게 예배순서를 집어 넣은 건가. 답은 후자다. 온밤 지새우기에 참석하는 사람 그 누구도 성탄감사예배에는 관심이 없다. 그 뒷순서에만 마음이 있을 뿐이지. 사실 '성탄감사'에는 100원어치도 관심이 없다.(아니, 100원어치 정도는 있을지도.......)
그렇게 단순히 노는 게 '온밤 지새우기'일진데, 왜 꼭 밤을 새야 될까. 여기에 누가 답 좀 해줬으면 좋겠다. 정팅에서 다운 님과 띵크! 님이 그 문제에 대해 이런 얘기를 해주셨다. 생일 첫 시간에 축하를 하면 더 의미있지 않을까......하고.
역시 다운 님과 띵크! 님은 천사임에 틀림없다. 이 두 분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데.....문제는 이 두 분 같은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온밤 지새우기에 참여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거다. 제대로 표현하자면, 온밤 지새우기가 성탄절 첫 시간에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이고 그러기 위해 미리 모여서 교제시간도 갖고, 또 12시 넘어서는 마땅한 교통편도 없으니까 새벽까지 교제시간을 갖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다. 온밤 지새우기의 당초 목적이 교제(놀기)였고 그 프로그램 중에서 어쩌다 나온게 '케익 순서'인 거지 다운 님이나 띵크! 님 같은 천사표 청년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건, 실제로 12시에 케익 자르고 하는 순서가 없는 교회도 꽤 된다는 점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놀기 위한 온밤 지새우기에서 '케익 순서'란 전체 프로그램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다. 예수님은 그런 케익에 전혀 관심이 없다.
밤은 왜 새는가.......하는 질문은 여전히 숙제인 것이다.
밤샘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밤을 새는 게 무어 그리 큰 문제가 있단 말인가. 나도 밤 많이 샌다. 글 쓴다고 밤새고 그림 그린다고 밤새고 게임방에서 퀴즈퀴즈 한다고 밤새고 한다. 그런데 성탄전야 밤새는 거만 이리도 뭐라 하는 이유가 뭐냔 말이다.
당근, 이유가 있으니까 뭐라 하는 거다. 즉, 성탄의 의미 운운 하며 온밤 지새우기 명목 만들기에 치중하는 행태가 마음에 안든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첨부터 그냥 '놀자!'하고 모이면 누가 뭐라겠는가. 놀겠다는데.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노는 게 아니라 점잖게 '교제한다'는 표현을 쓰고 온밤 지새우기의 목적도 '성탄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기 위해서'란다. 웃기는 일이다. 성탄의 의미를 너무나 잘 되새긴 나머지 피곤해서 성탄절 예배도 안드리고 왼종일 잠만 자는 건 아닐텐데 말이다. 그건 위선이다.
밤을 새는 것에 대해 이렇게 필요성을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어짜피 술집 같은데서 밤을 새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기왕 새는 거면 교회에서 밤을 새는 게 더 낫지 않나 하는 의견이다. 글쎄.... 거기에 대해선 두 가지도 대답이 가능할 것 같다. 첫째, 지금 우리의 온밤 지새우기는 절대 그런 취지에서 기획되고 있지 않다. 12시에 생일축하를 한다는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로 참 좋고 이상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둘째, 정말로 술집에서 술마시고 놀 사람이 온밤 지새우기에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내가 일전에 주류에 속했었을 때는 당연히 온밤 지새우기 옹호론자였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에게 참석을 강권(?)하고 다녔는데 가끔씩 내게 이렇게 물어왔다. "왜 하는데?"
그럴 때 흔히 대답했던 내용이 바로 앞의 이유였다. 술집으로 향할 어둠의 자식들을 교회 안에서 보듬어 주자는 거. 그런데 그들의 대답은 시큰둥했다.
"그런 얘들은 그렇게 재미없는 데는 안 가."
정말이다. 교회에서 기획위원들이 정말 아이디어를 짜고 짜고 짜서 만든 프로그램들은 아웃사이더들의 흥밋거리가 되지 못한다. 전혀! 현실은 온밤 지새우기가 그저 교회행사에 열심인 사람들의 또 하나의 잔치로 그칠 공산이 큰 것이다. 술마시고 안 마시고의 차이만 빼면 성탄절과는 무관하게 그저 의미없이 '놀았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다.
성탄절다운 성탄절
결국 지금처럼 일단 밤을 새고 보는 온밤 지새우기는 그리 현명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너무 의미없이 밤을 샌다. 게다가 그 때문에 치르는 댓가는 너무 허망하다. 성실한 주일 성수를 위해 토요명화도 보지 말라던 목회자들이 성탄절을 망치는 온밤 지새우기를 방관하는 것도 모순 같다. 그러면 이쯤에서 온밤 지새우기를 접어야 하지 않을까?
굳이 모임을 가지려면 크리스마스 칸타타나 문학의 밤 형식으로 저녁시간을 이용해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곤 모두를 집으로 돌려보내자. 우리 집은 크리스찬 가정임에도 마지막으로 다함께 성탄전야를 보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오히려 성탄전야가 가족들에게 더욱 서먹하고 외로운 시간이 되어왔다.
이런 현상은 교회에 열심인 자녀가 많을 경우 더 심해진다. 큰 아들은 청년부 온밤 지새우기에 간다. 작은 아들은 고등부 온밤 지새우기에 간다. 막내딸도 질세라 중등부 온밤 지새우기에 간다. 부모님은 뭐가 되나? 새벽녘에 자식들 문 열어주는 일 할려고 집에 있나? 최인규 형제가 지적했듯 첫 성탄은 가족의 사랑 속에 시작되었는데, 지금은 갈갈이 찢겨지고 말았다.
성탄 당일에도 함께 모이는 게 좋을 듯 싶다. 모여서 놀지 말고 함께 봉사활동을 나가는 건 어떨까? 나는 지난 성탄절에 온밤 지새우기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밤만 안샌다고 해서 성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남들이 저들 노느라 돌아보지 않는 내 형제 내 자매들을 만나 그들과 하루라도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게 혼자 생각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봉사활동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단순히 일만 해주는 경우가 아닌 이상 아이들과 놀고 하려면 일정 규모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못 만나봤다. 어찌보면 성탄절에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 같은데 말이다. 왜일까? 다들 한 사람씩 만나보면 뭔가 찜찜한 느낌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작 밤새지 말고 뭔가 다른 의미있는 것을 해보자는 말에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그건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기 때문 아닐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물어본다면 뻔한 문제인데도, 그저 지금까지 그렇게 늘 해왔으니까 나도 앞으로 그렇게 늘 해가리라는 생각 말이다. 케익까지 사다 놓고 초를 몇 개 꽂아야 되느냐는 유치한 의견다툼도 더하여 그렇게까지 생일 축하를 해 드리지 않아도 예수님은 잘 먹고 잘 사신다.
개인이 밤을 새는 건 그냥 두자. 토욜 밤을 새고서도 예배 잘 드리고 봉사 잘하는 사람도 많으니 각자의 신앙의 그릇에 맡겨두자. 필요에 따라 성탄전야을 지새는 사람은 더더욱 상관할 이유가 없다. 내가 어렸을 때, 그 시골 차가운 바람을 헤치며 아득하게 찬송가 소리가 들리면 우리 부모님은 과자와 초코파이 두어 상자를 준비하셨다. 이윽고 한 무리의 성도들이 마당으로 들어오면 서로를 축복하고 찬송을 불렀다. 그리고 우리가 준비한 것들은 받아들고 다시 다른 집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분들은 주일학교 선생님들이셨다. 시골교회는 형편이 어려워 따로 아이들 간식을 준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성탄전야를 교회장식등으로 지새운 선생님들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송을 돌며 아이들 줄 간식을 모았던 것이다. 밤을 새는 이유를 아는 이들의 모습은 그래서 아름답다. 일고여덟 살의 기억이 내게 아직도 남아 있는 건 아마 그래서 일 것이다. 지금의 온밤 지새우기를 지켜보는 감흥과는 전혀 다르다.
이런 두 가지 경우도 아닌 지금의 청년부 혹은 중고등부의 '묻지마 밤샘'은 이제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 그러잖아도 세상의 상업주의를 틈탄 사탄의 '성탄절 물타기 작전'이 극심한데 교회에서까지 돈들여 마음들여 정책적으로 후원해주면 어쩌자는 말인가. 먼저 목사나 부서 리더의 생각이 깨였으면 좋겠다. 그저 밤만 안 새는 건 의미가 없다. 무언가 길을 마련해 주어야 된다. 밤샘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란 얘기다.
말이지, 올해는 정말 성탄절다운 성탄절을 보내고 싶다. (199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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