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쯤에 이사를 하면서 공기청정기를 하나 구입했고 그동안 내내 가동시켰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공기를 맑게 해준다는 공기청정기가 사실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독소 물질을 잔뜩 내뿜고 있었을 줄을......
지난 수요일 한국방송 '추적 60분'에서는
오존을 방출하는 공기청정기의 실태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전기집진방식의 공기청정기가 구조원리상 오존을 배출하고 있으며, 그중 몇몇 제품이 내뿜은 오존은
기준치를 수 배나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오존은 성층권 상에 있을 때는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순기능을 하지만 사람이 직접적으로 노출되었을 때는 그와 반대의 역할을 한다. 일차적으로
시력을 저하시키고 코나 목, 기관지에 장애를 일으키며, 나아가 폐포를 파괴해 심한 기침 증상이나 천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같은 오존의 독성은 몇 년 전부터 대기 중 일정 농도 이상의 오존이 검출되었을 시, 도시 전역에 오존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하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한양대 보건대학원의 이종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설령 기준치 이하의 범위라 할지라도 대기중 오존 농도가 0.02피피엠만 증가하여도 어린이 천식 환자는 16퍼센트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집진방식의 공기청정기란, 위 사진처럼 안에 금속판이 들어 있고 그 금속판에 전기적으로 먼지를 흡착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이때
오존이 발생하며 그 특유의 냄새가 바로 비린내인 것인데, 복사기를 사용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그 냄새가 딱히 비린내라고도 말하기도 곤란한.... 아무튼 매우 독특한 냄새다.
웃긴 것은 이런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나 판매상들이 이 비린내를 '음이온'이라고 속이는 행태다(음이온은 냄새가 나지 않음). 나도 그런 사실을 몰랐을 때는 저 공기청정기 구멍에 코를 갖다대고 심호흡을 하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끔찍할 따름이다.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오존 측정 수치는 규정된 검측 조건을 깡그리 무시한 엉터리 수치였음이 방송을 통해 드러났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추적 60분 팀이 국가 공인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는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준치를 수 배나 초과했다.
이에 대해 제조사는 어짜피 오존은 확산되어 사라지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우리 소비자들이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실제 모습은 그렇지가 못하다. 공기청정 효과가 떨어질까봐 일부러 문을 꼭꼭 닫고 밀폐된 공간에서 하루종일 돌리는 게 현실 아닌가. 제조업체 말대로라면 공기청정기를 틀고 나서 꼭꼭 환기를 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건 앞뒤가 안 맞는다. 공기를 맑게 하기 위한 기기를 작동시키며, 공기를 맑게 하기 위해 또다시 환기를 시켜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제조사는 그동안 오존으로 인한 문제제기가 전혀 없었다고 발뺌하는데, 그건 제품의 오존 방출이 문제가 안되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원인이라고는 누구도 상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방송 전반부에 출연한 수많은 피해자들이 공기청정기를 들이고 나서부터 천식에 두통에 각종 호흡기 질환으로 시달렸지만 어느 한 사람도 그것이 공기청정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비린내가 난다고 업체에 전화해도 '음이온이니 안심하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형편이니 말이다.
공기청정기 판매사원이던 곽춘규 씨는 이 사실을 알고부터 직정을 그만 둔 채,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몇 년째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이다. 아무도 알아 주지 않는 이 일을 하면서 업체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해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고 전과자의 낙인까지 찍혔지만, 지금 그에게 남은 것은 네 식구가 살고 있는 단칸방 하나다.
방송 중 카메라가 그의 책상 머리맡을 한 번 슬쩍 훑고 지나갈 때, 그가 붙여 놓은 성경 말씀이 눈에 들어왔다. 외로운 싸움을 해왔을 그의 서러운 눈물이 저 한 구절에 배어 있는 듯했다.
** 강력 권고 사항 **
1. 여러분의 가정이나 이웃, 친적집에 있는 공기청정기가 전기집진방식인지 확인하고, 공기청정기에서 비린내가 나오면 즉시 가동 중지 및 폐기 처분할 것.
2. 이용하는 산후조리원이나 산부인과 신생아실, 유아원이나 유치원 등에서 위 내용을 확인하고 동일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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