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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은 욕하고 싶을때 욕할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 이 글에는 영화 '도그빌(Dogville)'의 줄거리 일부가 노출되어 있습니다.
라스폰트리에 감독의 도그빌은 혈압이 오르는 영화입니다. 3시간에 이르는 긴 상영시간은 마치 연극처럼 '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무대 또한 현실과는 거리가 먼, 연극의 세트와도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관련 글이 많으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도그빌에서 우리의 혈압을 오르게 하는 것은 마을 주민들의 위선적인 모습입니다. 스스로를 가난하고 별 볼일 없지만, 그래서 소박하고 선량하다 평가하는 그들은 여자 주인공 '그레이스'가 마을에 도망치듯 나타났을 때 따뜻하게 반겨줍니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습니다. 그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정체 모를 집단에 쫓긴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 그것을 빌미로 악행을 저지르기 시작합니다.
보잘 것 없는 급료를 주며 중노동을 시키고, 저항할 힘없는 그녀를 성추행합니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도리어 그들은 이웃에게 그녀를 안 좋게 말하기 시작하고 그나마 주던 급료 마저 없애 버립니다. 그녀는 줄곧 인내하고 부당한 대우를 참아내지만 자신이 얻는 것, 즉 보호와 도피처라는 댓가와 그 대신 지불해야할 값 사이에 너무나 큰 괴리가 생기자 끝내 그 마을에서 도망하려 합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혈압이 오르기 시작하는데요. 그레이스의 도망 계획을 알아차린 마을 주민들은 그녀를 욕하며 배은망덕하다 힐난합니다. 지금껏 자신들이 숨겨주고 먹여준 은혜를 잊었다고 말예요. 그리고선 더이상 도망가지 못하도록 목에 사슬을 채우고 큰 굴레를 달아 걷기 조차 힘들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 상태로도 계속 일을 해야 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부려먹는 중노동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제 거의 노예의 신세로 전락한 그녀는 왼종일 뼈빠지게 일하고 눈물도 덜 마른 얼굴로 집에 돌아와 잠이라도 청할라치면 마을 남자들이 찾아와 강제로 성관계를 갖습니다. 청년부터 늙은이까지 매일같이 그녀의 침대로 기어들어와 그녀를 강간하며 가난하고 별 볼일 없는 마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들의 욕구를 배설합니다. 그 사실을 털어놓을 곳도 없습니다. 믿어주지도 않을 뿐더러, 설령 믿더라도 막아줄지조차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낮에는 노동의 노예로, 밤에는 성의 노예로 하루하루를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그 안에 담긴 풍자와 위선의 조롱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그 모든 위선을 생각하며 분개합니다. 하지만 그뿐입니다. 그리곤 도그빌 마을 주민과 똑같은 짓을 천연덕스럽게 저지르죠. 마을 주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갖은 명분과 힐난을 동원해서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말입니다.
지하철역에서 무례하고 밀치고 나가는 한 사람에게도 분노하는 우리들입니다. 도로에 차를 몰고 나갔다 옆 차 운전자가 외치는 욕 한 마디에도 눈을 부라리는 게 우리들입니다. 그러면서 연예인들을 년, 놈이니 걸레니, 쌍시옷 써가며 호칭하며, 그들의 부와 명예는 다 우리가 가져다 준 것이니 우리는 그들을 모멸하고 모욕할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개 같은 마을에 사는 개 같은 주민들을 욕하면서도 그들과 같은 일을 행한다면, 우리 존재의 가치는 무엇이겠으며, 우리 존재의 무게는 얼마나 나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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