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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은 지옥에 갔나?
- Paul 님께 -
한 분이신 하나님?
내가 어렸을 때 하나님은 한 분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분이 아니었다. 교회마다 목사들이 말하는 하나님은 제각각이다. 백 명의 목사가 있으면 그들에겐 백 명의 서로 다른 하나님이 있었다.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듯 큰 대상을 헤아리며 그 부분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도 말한다. 지혜가 좁고 오감이 불완전한 사람의 한계 탓이지, 백 명의 목사가 설명하는 하나님은 오직 한 분이신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 듯하다. 그렇지만 조금만 눈과 귀를 열고 들여다 보면 그게 새빨간 거짓말임을 알게 된다. 헌금으로 모인 교회 공금을 사사로이 유용하는 목사도 유유히 제단에 올라 하나님은 내 편이라 주장한다. 그런 목사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하나님을 거역하는 자라 목소리를 높이는 목사도 있다. 하나님은 어느 편에 서 있을까?
하루아침에 수십만 명이 집을 잃고 몰살당한 재난을 두고도, 어떤 목사는 지금이야말로 성도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그들을 긍휼과 사랑으로 섬기며, 위하여 기도할 때라 말하는 반면, 또 다른 목사는 하나님의 섭리에 의한 심판이었으며 희생자들은 응당 받을 죗값을 당연히 치른 것에 불과하다 말한다. 하나님은 어느 편에 서 있을까?
소위 우리가 이단이라 부르는 교회에서 목사는 저 자신을 우상화하며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하나님을 끌어들이고 성경을 갖다 붙인다. 이전에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그 목사를 청종하고 설교에 아멘 하는 무리들이 기도나 방언, 찬양하는 모습도 우리 '이단 아닌' 성도들과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당혹스럽다. 이단이라 쉽게 일축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로 녹화해서 우리 '이단 아닌' 성도들의 부흥회 모습을 담은 내용과 뒤섞어 놓는다면 그렇게 쉽게 분별할 수 있을까?
이러므로, 이단을 나누어 우리의 정당성과 순수성을 확보하려는 시도 자체가 우스워지게 되었다. 이단이나 정통이나 제 각각의 하나님을 말하기는 매한가지다. 이단을 끊임없이 분리해내고 담을 쌓는 것은 그것이 정통의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조금 더 나쁜 놈을 두들겨 패서 조금 덜 나쁜 놈이 면죄부를 얻는 셈이다.
목사의 권위는 믿을만한 게 못 된다
때문에 목사의 권위라는 것은 믿을 게 못된다. 성도들을 이끄는 지도자의 자리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이 곧 하나님의 인정을 받고 그분을 대변할 권한을 갖는 것처럼 변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 변용을 위해 걸핏하면 성경 구절을 줄줄 갖다 붙이지만 그것은 마치 공구함에서 구멍에 맞는 나사를 골라 쓰는 것일 뿐, 성경의 현학성으로 무장한 것은 그 어떤 권위도 부여해 주지 않는다.
기독교 관련 누리집이나 기독교를 주제로 한 논쟁이 벌어지는 게시판을 주시해 보라. 기독교인의 글에는 명료한 말보다 중언부언이 넘쳐나고, 소위 깊은 신앙의 소유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늘 동문서답식으로 쟁점과는 전혀 무관한 성경 구절만 수십 개씩 적어 놓고 사라진다. 표적을 찌르지 못하고 허공을 향해 휘두르는 칼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뒤통수를 탁 때리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하고 튀어나오는 것처럼, 학습 된 신앙을 주문 외듯 늘어 놓는다. 알맹이가 빠진 자아도취이며, 분량에만 눈이 먼 지식놀음이다.
마귀새끼가 된 사람
내가 아는 한 비기독교인은 추운 겨울날 술에 취해 동네 어귀를 지나다 교회 지붕의 십자가를 보았는데, 그 빛이 평소보다 유난히 붉더란다. 저도 모르게 그 빛에 이끌려 걸어가 보니 출입구에는 부흥성회 현수막이 걸린 자그마한 교회였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나 보자는 심산으로 문 손잡이를 당겼다. 건물이 작다 보니 삐그덕 문 열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모든 사람들의 고개가 뒤쪽을 향했다. 바로 그때 강대상에 서 있던 목사는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외쳤다. "저 마귀새끼를 보시오!"
술에 취해 비척거리며 교회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졸지에 그가 마귀새끼가 되어야 했던 신학적 해명은 듣고 싶지 않다. 분명한 건 그저 마음이 고팠을지 모르는 가련한 이웃마저도 손쉽게 마귀새끼로 판정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목사의 권위, 교회의 권위는 충분히 자의적이란 사실이다. 인간의 부족한 영적 지혜를 구실로 그들은 저마다 내세우는 하나님의 단편을 조합해 '하나님의 얼굴'을 얼기설기 꾸며 보지만, 완성된 결과물은 괴이하기만 하다.
하나님을 몽타주처럼 조합한다는 것은, 그렇게밖에 그분의 존재를 어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그분께 나아가는 우리의 영적 겸손함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하나님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진실을 반증하고 있다. 만인이 제사장이라면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고 생각하는 것은 오로지 잘나고 다식하신 분들이 저들끼리 구색을 차려 짜맞춘 것만 유효하다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권위로 만드는 권위, 저들도 모르는 진리를 벌거벗은 임금님 마냥, 안다 말하고 보인다 말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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