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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짐을 싸느라 분주하다. 상자 안에서 묵은 잡동사니들을 끄집어내는데 스타킹 조각이 몇 개 나왔다. 이 스타킹이 웬 것이냐 하면, 지금 있는 공용 세탁기가 들어오기 전에 낡은 공용 세탁기가 있었는데 보푸라기 제거 그물망이 헤어져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런 것을 보면 또 못 참는게 내 성미인지라, 궁리를 하다가 스타킹을 대용품으로 이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스타킹 끝부분을 잘라 그물망 대신 끼우면 조금 약하긴 하지만 두서너 주는 버틸만 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따금 집에 갈 때마다 어머니한테서 못 쓰는 스타킹을 한두 개 얻어왔다. 그러다가 세탁기가 고장나고 새 세탁기로 교체되면서 필요가 없어져 구석에 쳐박혀 있던 게 바로 이 스타킹이었다.
그래, 그걸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손에 들고 밖으로 나왔는데 마침 지나가시던 관리인 아저씨와 마주쳤다. 내 얼굴을 보고 다시 내 손에 들린 걸 보더니 하시는 말씀,
"어라..... 스타킹이네."
그 짧은 순간에 뭔가를 해명해야겠는데 입에서 말이 떨어지질 않았다. 어물어물 하는 새, 아저씨는 가버리고 나는 스타킹을 들고 하염없이 서 있었던 것이다. 아... 스타킹을 들고 선 사내의 모습은 얼마나 어색한지...............
그 아저씨, 뭐라고 생각했을까?
왠지 신경이 쓰인다.
당장 달려가서 설명을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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