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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사랑이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하니님은 사랑'이라는 구호는 지극히 추상적이며 감성에 치우쳐 있다. '사랑'에 대한 이해력에 있어, 영도자이시며 어버이이신 김일성 수령님께서 그네들을 하해와 같은 사랑으로 돌보아 주신다고 말하는 북한 인민들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친구들에게 늘상 캐묻듯이 그 의미를 좀더 세밀하게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님은 사랑이신가? 그렇다. 그렇다면 그 사랑의 혜택을 누리는 데에는 정말 아무런 조건이 없는가? 잘났든 못났든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무조건적이고도 한없는 것이어서 심지어 연인의 사주로 제 어머니의 심장을 도려내어가는 아들에게조차 그 사랑은 예외가 없다는 극단적 예화까지 등장하는데, 적어도 당신이 스스로의 형상을 본따 창조한 피조물들의 사랑보다야 우월한 것이 하나님의 사랑일 것이고, 따라서 자칭 타칭 '사랑의 화신'이라는 하나님의 그 사랑은 세상 그 누구에게라도 그 어떤 조건을 불문하고 동일하게 주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이 말이다.
현실은 그와 같지 않다. '하니님은 당신을 사랑하십니다'라고 적힌 띠를 두르고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시며 당신을 향한 놀라운 계획을 갖고 계십니다'라고 인쇄된 책자를 들고 노방전도를 나서지만 그들이 전하는 복음을 거부하는 자들에게는,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다던 하나님의 사랑은 부스러기는 커녕, 꺼지지 않는 지옥 불구덩이의 심판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제 심장을 도려내가는 아들조차 사랑했다던 그 어머니의 사랑과 너무 비교되지 않는가. 째째하게 말이다.
인간만도 못한 하나님의 사랑?
김규항은 이같은 '하나님의 사랑'의 실상을 가리켜, '제 새끼만 챙기는 우리 아버지보다도 더 이기적인 존재'로 평가한 바 있다. 기실 이 평가는 대단히 정확한 것이어서, 한편으로는 '사랑의 하나님'이라 경배하면서도 이상에서 설명한 실존적 문제에 당면해서는 그 '사랑'이라는 단어의 개념을 중언부언 다시 설명할 수밖에 없는 우리 안의 겸연쩍음과 맞닿아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목사들의 오버와 그것을 비판없이 흡수하는 우리들의 무신경한 학습실태다. 몇 가지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해주고 이곳 저곳 거침없이 데리고 다니는 아버지를 보며 소박한 감동을 느낀 아이가 '우리 아빠는 모르는 게 없어'하고 막연한 우상의식을 느끼는 것처럼, 그래서 친구들과 누구 아버지가 더 잘났느냐 따위의 유치한 말다툼을 벌이곤 하는 것처럼,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능력을, 알아서가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막연한 경외심만을 불쏘시개 삼아 '전지전능'을 단정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명색이 '신'이기에 당연히 전지전능하리라는 성실하지 못한 평가가 마구 배출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이 아니신가?
사랑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은 묵상과 고민없이 사춘기 소녀가 백마탄 왕자님을 머리 속에 상상하듯 그저 그럴듯하고 폼나는 '사랑'의 모양새를 꾸며내다보니 이 지경에 이르렀다. 대전제에서부터 잘못된 지식이 편만하니 하나님과 그의 뜻을 연역적으로 설명해나가려는 수많은 시도는 모순에 빠져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면 하나님은 사랑이 아니신가? 아니, 하나님은 틀림없이 사랑이시다. 하지만 그 사랑에는 분명히 범위와 조건이 있다. 이제부터 그 범위와 조건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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