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에게 뭐라고 얘기할 것인가
하나님은 공의로우신 하나님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은 공의를 물과 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흐르게 하신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두 다리를 딛고 서있는 이땅은 얼핏 바라보기에 그와 같은 성경 말씀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을 만큼 우리를 절망케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가 처해있는 사회의 현실은 마치 정글의 그것과 같고 흔들리는 전철 손잡이 만큼이나 삶의 무게를 고단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정의'나 '진리', '사람에 대한 신뢰', '사랑' 따위의 말은 너무나 사치스럽게 들립니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아직 대학생이며 미혼인 저이지만, 가끔 숨을 고르며 생각해봅니다. 나중, 숨쉬기조차 척박한 이땅의 무색무취한 구성원으로 살고 있을 그 어느쯤엔가 제 아이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이땅에 정의가 있냐고요. 이땅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고 말입니다. 아.... 여러분은 무어라 대답하시겠습니까.....
네, 맞습니다. 정의를 말하기엔 불의와 부정, 그리고 부패가 가득합니다. 선함으로 사람을 대하기엔 사특함과 시기와 증오가 뿌리박힌 세상입니다. 진리 이전에 거짓이 충만한 이땅입니다. 그렇다면....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야 됩니까? 정의란 없다고..... 이땅은 그저 네 주린 배만 잘 건사하며 때론 남을 짓밟고, 때론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도 만들고, 때론 그들의 가장 소중한 것들까지도 간단히 부숴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그렇게 말씀하시겠습니까? 정말 그렇게 말씀하시겠습니까?
여러분. 저는 눈물이 나서 그렇게는 말을 못할 것 같습니다. 세상에 서있는 내 다리는 이땅의 더러움에 썩어 문드러져 가고, 세상의 대기를 숨쉬는 내 심장은 불의함으로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을지언정...... 내 아이들에게만큼은 세상은 살만한 곳이며 정의가 죽지 아니하였고 하나님의 섭리가 상식으로 통하는 곳이라고......저는 억지로라도 웃으며 말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동일한 심정 아니었던가요? 여러분과 저의 미래의 아이들이 살아가야할 이땅은 어떻게서든 어제보다는 좀더 나은 내일이어야 하지 않냐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이해하지 못할 일들은 저를 미치게 만듭니다. 한 대통령 후보는 자신의 아들을 강원도의 눈덮힌 산에서 박격포를 들고 뛰어다니게 만든 반면에, 또 다른 대통령 후보는 두 아들 모두 군대에 보내지 않고서도 누더기가 된 병적기록부를 자신있게 흔들며 '정의의 승리'라 말합니다. 일가친척 8명의 징집 대상자중 7명이 면제가 되고 그나마 1명도 육방으로 빠져버린 그들이 스스로를 일컬어 '정의롭다' 말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들을 국민의 30%이상이 '정의롭다'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정의로운 세상의 단면입니다.
출판인
김규항 씨는 그의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재벌의 힘, 그들이 경제난의 주범이라는 의견이 온 나라에 보편화된 오늘에도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며 건재할 수 있는 그 무한한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바로 국민들로부터, 고스톱을 치다가도 아홉시 뉴스를 보다가도 재벌 얘기만 나오면 사악하다 욕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아들이나 조카가 재벌의 머슴이 되는 일은 집안의 자랑으로 여기는 국민들로부터 온다.
여러분의 아이들을 위한 이땅의 정의를 말함에도 여전히 대한민국 1%인 수구 기득권 세력의 배만 불려주는 그 무한한 힘의 원천인 무지의 국민......그 속에 여러분의 '정의'도 빛을 잃은 채 초라하게 휩쓸려가고 있는 건 아닌지요.
다음은 노태우 정권아래 있었던 무소신과 비열함의 산 표본인 3당통합 때의 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그당시의 시대적 상황답게 언론에 공개되지 못했구요. 자신이 진정 옳다고 생각한 바를,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고 실천했던 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진정 여러분들의 자녀들에게 좀더 정의로운 다음 세상을 약속하기 위해 여러분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90년1월 30.... 3당 합당 전날, 통일민주당 해체식장으로 기억합니다.
김영삼 총재의 "해체에 이의 없음"을 묻자 대부분 찬성하고...
3번째 줄에 있던 노무현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합니다. 앞줄의 웃고 계신 분들을 잘 보십시오.
사회를 보던 김영삼은 노무현의원을 쳐다 보지도 않습니다.
"그럼 이의가 없는 것으로.....통과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그 다음은 기억하시죠?
너무나도 유명한 "전 반대합니다....."
통일 민주당은 해체가 되고.......
김영삼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거꾸로 가는 역사가 없었으면 합니다.
에필로그
윗글은 16대 대통령 선거일 닷새전인 12월 14일에 작성한 글이다. HWP로 A4 앞뒷면에 구성, 컬러 프린터로 300여장을 찍었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며 시민들에게 나눠주었었다. 물론 실정법 위반이었으므로 서두에 "이글은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93조에 저촉되는 게시물임을 밝힙니다."라고 덧붙여두었었다. 노사모 게시판에 이러이러한 걸 배포하려는데 실정법 위반이라 걱정이 된다고 글을 올렸더니, "니 양심에 꼴리는 대로 해라."라는 답글이 붙어 저으기 힘을 얻었던 기억이 난다.
지하철에서 이 전단을 나눠 주며 가장 먼저 '교회다니십니까?'라고 질문했고,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들에게만 전단을 건넸다. 개인 기질의 차이를 백 번 인정하더라도 최소한 기독교인이라면 그가 믿는 신의 정의로움 아래서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저 자신의 신앙을 부인하는 것과 같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신념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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