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장수
어릴 적에 나는 부산시민이었는데, 그것도 낙동강 서편 - 지금은 '강서구'라 불리는 - 시골 동리였다. 한 번은 형을 따라 부산 시내에 나올 기회가 있었는데, 번화한 그곳 이름은 '서면'이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아무개 백화점을 지나 번잡한 골목길을 지나는데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곧 약장수였다. 내가 그쪽에 발길이 닿았을 때 마침 그는 진기한 마술을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제가 지금부터 이 삶은 계란을 여기 이 콜라병 안으로 감쪽같이 집어넣어 보겠습니다."
아니, 껍질도 안 깐 삶은 계란을 어떻게 콜라병 안에 집어 넣을 수 있단 말인가. 어린 마음에 마술사의 말이 꽤나 센세이션 했던 것 같다. 궁금한 건 내 눈으로 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손을 잡아끄는 형의 짜증스런 재촉에도 한사코 자리를 떠나지 않고 마술사의 능력을 감상키로 마음을 굳혔다.
마술사는 콜라병 위에 삶은 달걀을 올려놓은 다음, (으레 그렇듯) 그의 마술의 신비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신문지로 그것들을 돌돌 말아 한 구석에 세워두었다. 이제 마술사의 기합소리와 함께 콜라병 안으로 자리옮김할 계란을 상상하니 손에 땀이 다 날 지경이었다.
마술사는 긴장을 달래려는 듯 말린 지네 한 묶음을 꺼내들었다.
"여러분. 달걀이 콜라병에 들어가기에 앞서 제가 뭐 한 가지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뭐 '좀' 소개한다는 게 이러쿵 저러쿵 말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지네 다음에는 굼벵이가 나왔고 친절하게도 지네와 굼벵이를 농축해 놓은 박카스 병도 선보였다. 그렇게 30분이 지났다. 구경꾼들은 이미 물갈이가 되었다. 이 인간, 마술은 언제 마무리 하려나....
이윽고 마술사는 콜라병을 집어들었다. 그래! 계란은 콜라병에 들어가야 되는 것이다. 나는 눈에 힘을 주었다. 마술사는 천연덕스럽게 신문을 풀더니 그대로인 콜라병과 계란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힘있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제가 지금부터 이 삶은 계란을 여기 이 콜라병 안으로 감쪽같이 집어넣어 보겠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대단한 것이 있나 보다고 몰려들기 시작했다.......
## 청년부 목사
지난 주 청년2부(26세 이상) 예배가 없었으므로 청년1부(25세 이하) 지체들과 함께 예배들 드렸다. K 목사님(맞나?)의 말씀은 (청년부 지도목사님들이 으레 그렇듯) 역동적이었고 미래적인 어조로 청년들에게 강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었다. 새삼 감동도 되고 마음 한 구석이 젖어드는 기분도 들었다.
중등부 말기부터 시작하여 고등부에 중흥기를 거쳐 청년1, 2부에 와서 절정해 달하는 '말씀의 역동성(그것을 일컬어 '진보'라 부르기로 하자.)'은 그 '한살이'를 어디에서 끝내는가? 생각해 보건대, 청년3부(기혼 청년)에서가 아닌가 싶다. 진보란, 현실이라는 이름의 보수적 장벽 앞에 무력하게 마련이다. 진보는 그것을 시도할 수 없는 이론적인 토론공간에서 빛을 발한다. 십일조 하나로 모든 신앙적 애로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무얼 기대하겠는가? 영혼을 구하는 일조차 시스템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면 과감히 포기했을 것이다.(이 문장은 표절이다....)
일전에 내가 고딩이던 시절(그런 시절이 있긴 있었나....), 고등부 모임에 뜨거운 강사 한 분이 초청되었다. 세계 선교 불모지를 개괄하고 선교사 파송의 필요성을 역설한 후 기도시간에 고딩들의 결단을 요구했다.
"이제 자신의 삶을 하나님께 드리고 헌신하고자 하시는 분은 제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십시오."
나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 목사가 당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꼭 헌신이라는 것이.......외국에 나가고.....뭐 그런 걸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주저하지 말고 일어서시기 바랍니다......."
코미디 같단 생각이 들었었다. 하나님의 메시지는 그렇게 치졸해서는 안된다. 아니, 치졸한 것이 아니다. 목사님들아.....눈치 보지 말고 진리만을 말해라. 청년에게 외쳤던 진보를 장년에게도 외쳐라. 하나님 말씀은 상황 따로, 대상 따로 있는 게 아니란다....... (`02. 9. 7)
명 오늘 
명
PRINT Text
PRINT 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