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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이변이 없는 한 2002년 4월부터 28개월간 공익근무를 할 예정이었던 가수 유승준이 한국 국적 포기를 선언함으로써, 또 한 번 군대란 빽없고 돈없는, 이 사회의 가장 하층에 속하는 계급민의 종자만이 끌려가는 곳임을 우리는 상기하게 되었다. 또한 이 사건은 약간 삔이 나가야 눈에 핏기를 머금고 모니터 앞에 자리를 잡는 내 작문습관에 다시 불을 지피는 데 대단히 유익했다.
유씨의 선택은 제 아무리 똑똑한 놈이 살펴보더라도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없을 만큼 현명한 것이었다. 28개월간의 공익생활은 26개월간의 準懲役生들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제안이었으나 겸업금지와 함께 일체의 유씨 상품가치 보전활동이 박탈된다는 부록 풀세트는 그에게 결코 최선의 메뉴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계속된 - 약간의 항공료를 투자해 - 연예계 생활을 보장해준다는 장밋빛 카드는 '상당한 쪽팔림'을 감수하고서라도 건져올릴 가치가 있는 대박이었다.
그러나 - 그 자신의 표현대로 - 영리하지 못했던 그는 이미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당당히 군에 입대하겠다'고 수습할 수 없는 양의 구라를 풀어놓은 상태였고, 그런 그가 더 이상의 계도요원으로서 청소년들에게 어필되지 못한다고 판단한 정부에게서 입국거부라는 '상당한 쪽팔림'을 당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번 사건은 우리 기독교인들이 연예인들의 듣기좋은 '신앙적 코멘트'를 통해 느끼는 대리만족에 경종을 울렸다는 데 의의를 둘 수가 있겠다. 성공지향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다수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인생 최대 목표가 1등의 자리에 올라 '모든 영광을 주님께 돌립니다' 한 마디 하는 데 두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그들에게 이따금 시상식에서 들려오는 '먼저 하나님께 감사드리구요....'라는 멘트는 입가에 꼬리긴 미소를 머금게 하기에 족하며 신앙의 선배이자 하나님 나라의 확장의 화려한 증거가 되곤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 상식이었으나 상식임을 거부했던.... - 그런 기독 연예인들의 '신앙적 코멘트'는 그야말로 '신앙적' 코멘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이 화려하게 증거되었다. 유승준이는 기독매체든 비기독매체든 '목사가 되겠다'는 발언을 위험할 정도로 자주 해왔었고 그가 동료 연예인들 사이에서 전도사로 통했다는 건 연예가 중계를 몇 번 본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 신실한 신앙인 유승준이었건만, 아쉽게도 그의 삶의 현장은 그가 전해온 예수의 삶과 그다지 가깝지 않은 형편이어서 결정적인 순간에 예수가 바라던 가시밭길을 저버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비단, 유승준 뿐일까. '신앙적 코멘트를 하는 연예인 = 신앙적 삶을 사는 연예인' 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브라운관의 '신앙적 코멘트'로부터 우리의 일천한 선교의식을 날마다 빌어먹고 있다. (`02.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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