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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의 '십오 소년 표류기'는 자크라는 소년이 장난삼아 부두에 배를 묶어둔 밧줄을 풀었던 것이 화가 되어 열다섯 명의 소년들이 2년 동안 난바다의 무인도에서 표류하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저가 지은 죄의 무게에 허우적 대던 자크는 어떻게든 죄책감을 덜어보려 온갖 궂은 일과 목숨을 건 임무를 자청하여 도맡아 한다. 다른 아이들이야 별 생각 없이 지냈겠지만, 자크는 자신이 맡은 일이 궂으면 궂을수록,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어깨를 짓누르는 멍에는 더욱 가벼웠을 것이다. 빚을 진 자의 마음이 그렇다.
별안간 내가 진 빚을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달리는 지하철에라도 뛰어들고 싶을만치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는 내 죄의 무게와 목을 조르는 압박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해주시겠다 말씀하시는 예수의 핏값에 대한 빚, 예수의 사랑에 대한 빚 말이다. 자신은 일 만 달란트의 빚을 탕감받았음에도 정작 자신에게 일 백 데나리온 빚진 자를 용서해주지 못하는 사람을 보며 가소롭게 비웃는 내가, 이제 보니 그것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짓거리를 매일매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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