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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허준>을 보면, 수년 동안 유의태 문하(門下)에서 물을 긷고 약초를 캐러 다니다 이제 겨우 창고지기의 직분을 맡게 된 허준에게 오씨 부인(유의태 처)이 제 아들(유도지)의 방청소를 지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도지의 방안에 들어선 허준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방안 가득 들어찬 의서(醫書)의 규모와 방대함에 압도된 것이다. 그는 시냇물을 만난 목마른 사슴처럼 이 책 저 책 책장을 넘기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기뻐한다.
있는 책도 제대로 읽기 귀찮아하는 사람은 새책을 접한들 남다른 감동이 있을리 없다. 그것은 책 아끼기를 금은 대하듯 하며 갈급한 지적 욕구를 달리 채울 길이 없어 자신이 가진 몇 안되는 장서의 책장이 너덜너덜 해지고 위편삼절이 되기까지 밤낮을 지샌 사람이야말로 맛 볼 수 있는 벅찬 기쁨이다.
사시 행시 외시를 모두 합격한 고승덕 변호사는 교과서를 10회독한 사람이라면 고시에서 떨어질 수가 없다고 단언했고, 서양철학사 상하권을 50회독 하고서야 학위를 받은 강유원 씨는 독서백편(讀書百遍)이면 의자현(義自見)이라는 격언을 몸으로 행했다. 가치 있는 목표를 이루는 데에는 무릇 지극함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아울러 그것에 대한 열정과 애착이 필요하다. 공부 역시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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