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일을 그만두면서 출석교회도 집 가까이에 있는 작은 교회로 옮기셨다. 규모면에서 세계적인 예전 교회와는 달리 목사와 사모도 신도 하나 하나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고, 또 서로를 챙겨 위해주는 분위기가 사뭇 맘에 든다신다.
그런데 금요일 기도회만큼은 늘 불편해 하신다. 내 성정의 절반인 소심함을 물려주신 어머니는 평생토록 어디에 나서거나 큰 목소리를 내는 법이 없으셨다. 신앙 색깔도 다르지 않아, 기도를 한 번 할 때에도 조근조근 할 말만 하고 나오는 편이시다. 그런데 목사나 사모는 그것을 무척 못 마땅해 한단다. 다른 신도들은 이른바 '주여 삼창'으로 대표되는 기차화통고래고함 기도로 목사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데 우리 어머니처럼 조용해서야 어디 성에 차 하겠는가. 그래, 기도회가 끝나면 다가와서 '권사님, 기도는 크게 크게 해야 들어주십니다', '열심으로 부르짖어야 방언도 주시고 하죠' 따위의 권고성 멘트를 날렸나 보다. 그걸 가지고 이리 한 주 내내 혼자 끙끙대시는 거다, 우리 어머니는.
고등부에 2년, 청년부에 3년을 투신해 온몸으로 느낀 것 중 하나가, 교회는 그 영지적(靈地的) 특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형에 미혹되기 쉬운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 마다 이마와 가슴에 품은 신앙의 깊이를 헤아리기 보다는 - 혹은 헤아릴 능력이 없어서 -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신앙의 모양을 보고 상대를 짐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교회 이곳 저곳을 누비며 수백명을 알게 됐지만 도대체 내가 그들 신앙의 내밀한 부분에 대해 털끝만치라도 알고 있었는지는 의문이며, 막연히 나를 '아주 신앙 좋은 아이'로 알고 있던 수백명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은 내 신앙의 단면이라도 보고서 그런 이미지를 품게 되었는지 회의감이 든다.
내 비틀어진 눈도 다를 것이 없었다. 단순히 교회에 출석하느냐 출석하지 않느냐, 분화 모임에 참석하느냐 참석하지 않느냐, 봉사활동을 많이 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놓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쉽고 빠른 방법이다. 때문에 이런 쉽게 드러나는 것들을 가지고 상대방의 신앙을 규정짓고 그에 맞추어 계획을 세우거나 지도방향을 잡게 된다. 하지만 정작 개인적인 만남을 갖고 속살을 열어본 그들의 신앙은 전혀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막판에 거대한 반전이 가미된 스릴러 영화처럼, 그간 그들의 불신앙으로만 알고 있던 모든 요소들이 그네들의 소중한 삶 속에서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타당하며 최선의 방법으로 하나님을 향해 달려가던 몸부림이었음을 발견했을 때, 내 섣부른 지각에 대해 얼마나 절망감과 죄책감을 느꼈는지 여러분들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후, 보임을 위한 신앙을 털어버리려 노력하며 시작한 기도의 시간에는 천사의 방언도 없었고 유창한 기도도 없었지만, 기도의 시작과 함께 내뱉은 '아버지....' 이 한 마디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그만 가슴이 먹먹해져오던 것을 기억한다. 흔한 말, '하나님은 사람의 중심을 보신다'는 말씀은 언제나 유효하다. 목사와 사모의 겉눈의 만족을 위해 우리 어머니의 어린 싹 같은 신앙이 짓밟히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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