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하면 '제로보드'로 통하던 시절에는 90*30 배너가 대세였다. 여기저기서 '블로그'라는 단어가 올해의 단어, 이슈로 선정되는 지금은 90*30 배너보다 80*15 크기의 앙증맞은 배너가 더 자주 눈에 띈다. 너무나 작아서 무슨 정보를 그 위에 나타낼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이 블로그용 배너의 특징은 역설적이게도 그 조그만 크기에 있다. 색상과 구획, 단순 텍스트의 조합으로 모든 것을 전달하게 되므로 다분히 시각의존적인 동시에 상징적, 표식적 기능이 강하다.
얼마전
호프 님이 올려주신
80*15 크기 배너 모음 사이트
소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같이 해본다. 선박 또는 항공기 사이의 무선 통신이 원활하지 않던 시절에는 서로간의 의사소통을 위해 신호기를 사용했다. 그것이 오늘날 국제적 규약으로 굳어진 것이 바로 '
국제신호기'인데, 각양 각색의 깃발에 알파벳이나 숫자를 배당해 깃발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것처럼, 80*15 크기 배너 역시 블로거 사이에 일종의 신호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정보공유 라이센스'를 예로 들어, '영리/개작 허용', '영리/개작 불가', '영리 불가/개작 허용' 등의 옵션을 배너로 만들어 달 수 있게 한다면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이 그곳의 노선과 방침에 대해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좀 우습지만, 'ㅎㅎㅎ 같은 단모음 금지 배너'라든가, '익명 댓글 불허용' 배너도 등장할 수 있겠고, 호응하는 이들이 배너를 확산시킴으로써 그 배너의 상징적, 표식적 기능은 훨씬 커질 것이다.
주안점은, 이 모든 것으로 말미암는 통일성과 빠른 이해다. Bryan Bell 의 주황색 XML 아이콘(via 호프)이
이제 모든 블로거에게 '나 XML 지원해'라고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게 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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