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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의 시신 앞에 주저앉아 오열하고 있는 아버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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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병력과 대치한 인질범들에게 있어 가장 큰 아이러니는 인질과 그들이 속한 혈연과 사회에 대한 증오에도 불구하고 인질이 살아 있는 것이 그들 자신에게 가장 유익한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인질범을 향한 맞증오(Counter-hatred)를 억누르며 진압병력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이유 역시 인질을 살려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며 그것을 알고 있는 인질범과 진압병력은, 따라서 칼끝의 신뢰관계에 서게 된다. 어느 한쪽이라도 균형을 무너뜨릴 때 유혈은 불가피하다.
세상이 쉽지 않은 것은 이 모든 일에 두 가지 이상의 국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각오했겠지만 사적 원한이 없는 천여명의 어린아이들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이상 조국의 앞날에 일말의 희망이 비치지 않을까 기대했던 인질범들과, 폭발과 함께 패닉에 빠진 인질 일부가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자 인질범들의 총격이 시작되었고 당황한 나머지 '전투'를 개시해야 했던 러시아 진압병력과, 조국의 유죄를 외치는 무리들과 나를 구출하기 위해 조국이 보낸 사람들의 총탄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 영문도 모른채 횡사해야 했던 이들....
세상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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