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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봄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척박한 황무지가 있습니다. 가시덤불과 엉겅퀴만 무성한 그 땅에서 생존해야 합니다. 그래서 곡괭이를 들었습니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살이 까져 피가 나도록 굳은 땅을 파고 질긴 뿌리를 끊고 돌멩이를 걷어냅니다. 고단하기 그지 없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씨앗을 뿌립니다. 하지만 원시로 회귀하려는 자연의 힘은 만만치 않습니다. 자라는 곡식의 싹들을 밀어제치고 어느새 한뼘씩 자라있는 지긋지긋한 잡초들. 그 뿌리의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곡괭이를 들어야 하나요? 일군 땅에 얌체처럼 돋아나는 잡초들을 죽이기 위해 밭고랑 전부를 죄다 파고 갈아 엎어야 하나요?
곡괭이를 들어야 할 때와 호미를 들어야 할 때를 분별해야 합니다. 곡식의 싹들은 잡초들을 제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할 하찮은 것들이 아니라, 키우고 일궈 내 양식을 삼아야 하는 귀한 것들입니다. 애시당초 당신이 곡식이고 뭐고 깡마른 모래와 흙만을 원했다면 나는 말리지 않겠습니다. 곡괭이 부림에 호박잎이 잘리고 감자 줄기가 끊어져 나가는 멋진 모습을 보며 기꺼이 박수를 쳐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가슴이 아플 겁니다. 곡괭이를 들 때와 호미를 들 때가 따로 있음을 알기에....... 그저 가슴이 아플 거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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