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분야에 천착하는 사람들에게 나름의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중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 "너는 넓은데 얕아"라고 말한 건 정확했다. 하나를 붙들고 있지 못하는 건 천성이다. 쉽게 흥분하고 쉽게 싫증을 낸다. 내가 가지지 못한 마니아의 성품을 그래서 경외감 섞인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두어 주 전에 궁녀센스 제작자 신연식 님에게서 메일을 한 통 받았다.
(전략).......다름이 아니오라 9월 15일이면 대장금방영 1주년이 됩니다. 그래서 작지만 나름대로 대장금방영 1주년을 기획해 그동안 멈췄던 궁녀센스를 9월15일에 다시 한번만 발행(?)하려고 합니다. 기념형식인데 무조건 패러디만 넣은 식상함보다 이것저것 기념될만한 것(거기서 거기지만)을 수집하다보니 월간궁녀까지 탐내게 되는군요.
궁녀센스를 탄생하게 해준 월간궁녀...월간궁녀 3월호가 PC사랑 부록으로만 나와서 못본 사람도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번 궁녀센스 기념호에 월간궁녀 3월호도 싣고자 합니다....
다 실을수 있을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리디님의 기사와 함께 제가 새로 발췌한 그림을 함께 넣고자 합니다... 궁녀센스에 월간궁녀가 함께 있다보면 대장금 팬들도 기뻐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궁녀센스에 넣도록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후략)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기념 카툰을 한두개 그릴 생각없느냐는 권유가 덧붙여져 있었다. 월간궁녀와 궁녀센스의 합본형식으로 대장금 방영 1주년을 기념한다라......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끝내는 고사하는 답장을 보냈는데 결국은 의욕의 문제였다.
대장금이란 드라마에 그토록 열광해 마지 않았던 나였지만, 그건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한 번 다모폐인이 된 사람은 영원한 다모폐인이다(아직도 관련 사이트가 왕성하게 돌아간다고 들었다). 한 번 대장금 마니아가 된 사람들은 신연식 님처럼 1년이 지나도 이리 열성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보려 애를 쓴다. 그런데 나는 그게 안된다. 재미 있었으면 끝이고, 이영애 씨는 이미 안중에도 없으며, 그토록 사모해마지 않았던 최상궁 마마님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느 드라마에 출연을 하는지 관심도 없다.
천성이 마니아와 거리가 먼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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