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민들레 영토>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시집을 얻었다. 시집의 제목은 "아침이슬을 함께 맞는 친구". <민들레 영토>를 시작하신 지승룡 님이 스스로 지은 시를 작은 책자로 모은 것인데 맨 끝장에 적혀 있는 그분의 말씀은,
"유독 저는 밤을 새운 날이 많았고 아침이 되면 제몸에 이슬이 접어 있음을 느끼며 누군가와 함께 이 시절을 보냈으면 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제 그런 기대를 하기에는 조금은 어렵다고 느끼지만 반대로 친구와 함께 아침이슬을 맞기로 하였고 그런 마음으로 <민들레 영토>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분의 시는 질박하고 진실해서 수년이 지나도록 책자를 소중히 간직해왔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하나 읽어보자.
낙엽은 영원히
떨어지는 낙엽에
슬픔 지니고
떨어지는 낙엽에
허전함 싹튼다 하나
낙엽은 조용히 말하니
"난 슬픈 것
허전한 것 아니요"
낙엽, 그것은
센티메탈의 젖은
소녀의 모델도 아니라
낙엽, 그것은
거리를 어지럽히는
폐품도 아니라
봉우리 맺어
새싹을 지나
신록도 경험했던
연륜 깊은 철학자
새 생명 자리 위해
자기 위치 넘겨 준
말없는 유언자
자신 썩혀
자신 몸 담은
더 큰 존재에 보답한
배신없는 의리
지금 말없이 떨어져
소리없이 썩지만
여기 그는
떨어졌으나 죽지 않고
썩으나 다시 솟아나도다
민토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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