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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직장을 그만 두고 집에서 쉬시면서 염려가 되었던 것이 '자존감'에 대한 것이었다. 내 머리와 손발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없고 일 없이 집안에 들어앉아 텔레비전만 보고 있으면 자존감이 망가진다. 언제부턴가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고 나서도 돌아서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어, 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처연해 보여서 노트를 하나 사다드렸다. 드라마 내용을 적으라 말씀드렸다. 쟤는 사람이 못 쓰겠네, 저 장면에서 저러면 안되지, 이렇게 연결되는 거면 저 둘은 이러저러한 관계겠군, 하고 생각하며 보시지 않느냐고 묻자, 어머니는 그렇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돌아서면 잊어버린다신다. 그래요, 그럼 볼 때마다 적으세요. 적고 나중에 다시 들춰보고 또 적으세요. 골치 아프다고 생각 안해 버릇하면 사람 바보되는 거 일 아니래요 하고 말씀드렸다. 그래, 지금도 곧잘 적고 계신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직장 안나가고 집안에서 할 수 있는 것...... 젊은이들은 인터넷 하나로도 하루를 너끈히 놀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인터넷을 가르쳐 드려야겠다 생각했다. 요 e 모양으로 생긴 파란 걸 누르면 브라우저가 떠요. 브라우저가 뭐냐고요? 그냥 이름이 브라우저예요. 인터넷을 할라면 이걸 켜야 되거든요. 제일 먼저 네이버가 뜨죠? 네. 이. 버. 이렇게 제일 먼저 뜨는게 시작 페이지예요. 인터넷을 시작하는 페이지니까. 쉽죠? 보세요. 뉴스가 있죠? 텔레비전에서 뉴스시간 될 때까지 안 기다려도 바로바로 최신뉴스가 나오는 거거든요. 젊은이들이 그래서 정보화니 뭐니 하는 거거든요. 얼마나 좋아요? 그죠?
인터넷이 피부에 와닿는 생활의 일부란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어머니 국민연금 처리현황을 공단 홈페이지에 질문하고 답변받는 과정을 직접 보여드린다. 상당히 관심있어 하셨다. 그래 지금은 주말에 집에 갈때면, 혁아 인터넷을 보니 이런 것도 있더라, 저런 것도 있더만 하면서 아는 척을 하신다. 오올~ 대단하신대요~ 하고 칭찬해 드린다.
그리고 방금 공부하고 있는데 인천에 계신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세요?"
"아, 혁아. 말이다...... 쌍 비읍은 어떻게 누르는 거냐?"
아들의 마음은 행복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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