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요일,
원석-미선 부부
를 만나러 가는 조치원행 열차에서 국영이는 열차 좌석의 십일조를 드리는 한 크리스찬의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지불하고 구입한 좌석의 십분지 일을 나 아닌 다른 이에게 돌려주기를 실천하고 있는 그는, 예컨대 부산에서 서울까지 여행을 할 경우 천안역 즈음에서 일어나 입석 승객에게 그 자리를 양보한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자 생각나는 기억이 있어 그에게도 들려 주었다.
대학교 1학년 시절 인천 주안역에서 서울 신설동까지 전철 통학을 했는데 왕복 두 시간 반에 조금 못 미치는 피곤한 시간이었다. 그날도 신설동역에서 만원 전철에 몸을 실었다. 그 다음역인 동대문역에서 자리가 몇 개 났는데 그중 하나를 내 옆에 섰던 또래 학생이 차지했다. 그후로 주안역에 거의 다 도착할 때까지 좀처럼 자리가 나지 않았으므로 꼼짝없이 서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별안간 그 학생이 벌떡 일어나더니 나한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었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었던터라 적이 놀라서,
"괜찮은데..."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얼굴을 붉히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신설동에서 같이 타는 거 봤어요. 저만 앉아오니 너무 미안해서 그래요."
좌석 임자 없는 전철에서도 그 기억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는데, 돈주고 산 자리를 기꺼이 내놓는 건 양보받는 입장에서 정말 크게 다가올거야, 라고 국영에게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일 주일뒤 오늘,
말썽을 일으킨 시계를 교환받아 적접 전해주기 위해 다시 조치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원역이 가까워질 무렵 앞에 적은 국영이와의 대화가 떠올랐고 몇 가지를 글로 정리했다.
[[{{]] 금전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열차의 좌석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연장자에게 양보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지하철에서의 좌석과 어떤 질적인 차이를 갖는가? 지하철 좌석을 아낌없이 양보할 수 있는 것은 거기에 아낌이 있도록 하는 무언가(금전)가 투여되지 않았기 때문인가? 반대로 지하철에서였다면 마땅히 양보하였을 자리를 보다 부끄럼없이 보다 당당하게 차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상관관계의 구심점에 금전이라고 하는 것이 관측된다면 그것을 원용해 우리가 보강할 수 있는 뻔뻔함의 내구력은 어느 정도인가?[[}}]]
수원역에 정차해 승객을 내리고 태운 뒤 다시 출발하는데 통로 저 앞에 아주머니 - 라기엔 좀더 나이 든 - 한 분이 천천히 걸어오고 계셨다. 두리번 거리는 그 눈빛은 제 좌석 번호를 찾는 것이 아님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우리가 늘 보는 눈빛이다.) 아주머니의 처진 입가에 고집 세고 억척스러운 인상이 배어있었다. 보는 이로 하여 호감이 들게 하는 호상은 아니었다. 내 옆을 지나치려는 찰나 그분의 손을 잡았다.
"좌석이 없으신가 봐요."
"아이구, 그렇네예."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대구 갑니더."
"저런... 제자리에라도 좀 앉으세요. 제가 조치원까지밖에 안가서..."
"아유, 앉아서 책 읽어야제."
내손에 들린 인문서를 보고 그러시는 거다. 빙그레 웃고
"책은 서서도 봅니다"하고 말하며 강권해 앉혔다. 나만 아니라 모두가 느끼는 감정아니던가. 자리를 돈 주고 샀다는 사실을 굳이 스스로에게 일깨우고 변명함으로써 잠잠하게 만들었을 뿐.
한 번 이런다고 달라질 것도, 정답도 없다. 금전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열차의 좌석은 나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걸까?
명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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