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민주당 사람의 몸에는 모반(謀叛)의 피가 흐르는가? 진행되는 일련의 민주당 내홍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1년 6개월전, '노 후보가 설렁탕 한 그릇 사지 않았다'며 적지 않은 민주당 소속의원들이 목소리를 모았고 그들 중 일부는 탈당도 불사했다. 후보교체론의 발단을 따지고 보면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바닥을 기었기 때문이다. 돌풍같이 나타난 정몽준 후보의 인기에 놀란 그들은 자신들의 주군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다.
지금의 상황도 그와 같다. 조순형 대표의 용퇴를 촉구하는 민주당내 분위기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다. 결국 민주당의 지지도가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 아닌가. 더구나 지지도 추락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탄핵안 발의/가결이고, 그것은 그들 모두가 함께 이뤄낸 성과(?)였다. "이 모든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나"라는데, 도대체 무얼 책임지라는 말인지.
탄핵에 줄곧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은 설훈 의원을 포함한 극소수에 불과했다. 추미애 의원은 결단코 소신이 아닌, 나중에 빠져나올 구멍을 만들어 두기 위해 잠시 다른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혹여 탄핵정국이 지금과는 정반대로 흘러서 국민의 반발도 그닥 거세지 않아 지지율이 순탄한 직선을 이루고 있었다면 추미애 의원이 감히 민주당에서 내쳐질 각오로 단독행동을 할 수 있었겠으며, 소장/중진들이 그런 '망나니'를 사실상의 당 대표로 추대하자는 말을 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그 옛날 지지율 하나에 눈치를 보며 국민경선으로 선출된 대통령 후보를 들었다 놨다 한 것처럼, 지금 민주당 사람들은 지지율 때문에 자신들이 박수를 치며 감축해 마지 않았던 당대표를 물러나라 마라 하고 있는 것이다.
당 중진들이 불과 하루 전에 추 의원을 성토하고 조 대표를 지지했던 것을 보며, 그리고 하루 아침에 표변해버린 그들의 입장을 보며, 과연 이들의 정신분열 증후는 어디까지 진행된 건지 아연스럽기까지 하다. 오늘 민주당이 뿌리는 모반의 피는 훗날(멀지 않은...) 반드시 민주당의 머리 위로 되돌아 갈 것이다. 기억해두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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