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일이다.
토요일이라 인천에 가려고 밥때를 조금 서둘렀다. 식당 주인 아들이 문을 나서는 내게 뭔가를 건넨다. 쌕쌕 1캔. 고맙다고 잘 먹겠다고 말은 했지만 배도 많이 불렀고 그닥 먹고 싶지가 않았다. 혼자서 중얼거렸다.
"하나님. 이게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해주세요."
전철을 탔다. 한산했다. 다음 역에서 학생 하나가 탔고 내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행색이 남루했다.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가 가방을 끌르더니 뭔가를 주섬주섬 끄집어냈다. 소보루 빵이었다. 포장을 따고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안에 크림도 없는 마른 빵을 우걱우걱 씹고 있었다. 그때 내가 가지고 있던 쌕쌕이 생각났다. 얼굴이 빨개져서는 두세 번 망설이다가 겨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목 마르실 텐데..... 이거... 좀 드세요."
그 학생도 나만큼이나 얼굴이 붉어져서는 쌕쌕을 후루룩 마시기 시작했다. 7분만에 하나님이 보낸 사람이었다.
앨리 맥빌 두번째 시즌 13부에서 난치병에 걸린 꼬마 아이가 등장한다. 열 살도 채 안된 그 아이에게는 아빠도 없고, 늘 곁에서 눈물만 삼키는 엄마가 전부다. 당돌하게도 그는 앨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엄마를 이토록 힘들게 만드는 하나님을 고소하고 싶다고. 그 말을 들은 앨리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를 모른다. 그러자 아이가 눈치를 살핀다.
"하나님은...... 없는 거죠? 그렇죠?"
당황한 앨리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앨리에게 그녀의 어머니는 하늘에 떠 있는 광고용 비행선이 바로 하나님이 있다는 메세지이자 증거라고 속삭였다. 저만치 하늘에 떠서 늘 앨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약속과도 같다고. 앨리는 그 말을 믿는다. 서른 즈음의 나이에 이르렀지만 비행선에 담긴 유년의 기억은 늘 애틋했던 것이다.
아이는 앨리를 가리켜 자신을 위해 하나님이 보내준 천사라 칭한다. 나날이 증상은 악화되어 갔지만 앨리는 포기 하지 않는다. 그러나 끝내 아이는 앨리가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두고 만다. 앨리는 눈물을 흘리며 단언한다.
"하나님 같은 건 없어!"
위 스샷은 바로 그 다음 장면이다. 하나님 같은 건 없다고 눈물을 흘리는 앨리 앞에 나타난 비행선..... 흔해빠진 타이어메이커 '굿이어'의 광고용 비행선에 불과했지만 비행선은 앨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Just Looking.... (지켜보고 있단다.)
사람들이 '우연'이라 부르는 그것이 하나님과 교감하는 우리들의 소박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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