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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에 발끈해
"그럼 군대 가는 사람들은 죄 비양심적인 사람들이냐?"라고 항변할 필요는 없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녹아든 '양심'의 의미는 신념가치를 뜻한다. 양심과 비양심의 개념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듯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안보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안보가치를 다른 가치개념과 형량(衡量)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국가가 해주는 것도 아니고 부모가 해주는 것도 아니고 오직 국민 개개인에게 부여된 판단의 몫이다. 안보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개인의 사사로운 신념가치에 전치(前置)하는 사람도 있다. 그와 달리 신념가치 중 하나를 안보가치에 우선하는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안보가치를 압도하는 개인의 신념가치가 없다면 군대를 가라. 자괴할 것도 남 탓 할 것도 없다.) 차이는 그뿐, 둘 사이의 형평성을 고려해 대체적 복무 제도를 만들기까지 공백을 문제 삼아 모든 책임을 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욱이 불법유형에 속하지 않는 것을 역리로 포섭하려 드는 것은 터무니 없다.
그런 것들 보다 지금 내가 더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격렬한 비난을 보내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평소 진보와 개혁에 반동하는 이들이라며 조소를 퍼붓던 적들과 발걸음을 함께 하고 있는 현실이다. '안보현실'을 고려해 개인의 인권이라든지 사상과 신념은 유보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박정희의 개발독재, 전두환/노태우의 공안정치를 심히 비판해왔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결국 중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을 다시금 상기시키며, 제 밥그릇이 걸린 문제(병역)에서 진보와 개혁의 주절거림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수구보수가 자생할 수 있는 끊이지 않는 먹이의 원천이며, 개혁 담론의 반복학습의 성실한 수료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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