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가 <
레드 아이
>였으나 한국 영화 <
레드 아이>가 쫄딱 망한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이름을 바꾸어 개봉한 <
나이트 플라이트>. 우리 말로 번역하면 '밤 비행기'쯤 되겠다.
이 영화의 내용은 예고편에서 보여진 게 전부다. 예고편의 영상이 본 영화 화려한 영상의 전부라는 의미가 아니라, 예고편 자체가 스토리 스포일러라는 의미. 따라서 전혀 기대하지 않은 관객이 무심코 봤더라면 상당히 감탄하며 봤을 이야기가 다소 맥빠지게 되었다. 볼 예정인 분은 스포일러 보지 마시라.
이 영화는 색채나 무게면에서 <폰 부스>를 떠올리게 한다. 우선 세트가 한정된 공간이라는 점이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에 힘입어 긴장감이 완급 조절이 잘 되었다는 점이 그러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라. 한시간 10분 동안 주인공이 공중전화 박스 안에 있는 모습만 보고서도 우리는 돈 아까워 하지 않았잖은가. 한국 영화 감독들이 다시금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할 부분이다.
'절정(클라이맥스)'이 없는 점을 이 영화의 단점으로 꼽는 분이 계신데, 이 영화의 감독이 웨스 크레이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너무 블록 버스터 식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상영관을 찾은 게 아닌가 싶다. 잘 된 스릴러 한 편을 감상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특별히 이 영화에서 주목이 된 부분은 처음에 주인공 리사가 대타 직원에게 호텔 예약과 관련한 지시를 하는 장면인데, 5분 남짓한 시간을 통해 감독은 주인공의 캐릭터에 대해 관객이 알아야 할 정보는 모두 전달해버린다. 영화 <
콜래트럴>은 택시기사인 제이미 폭스가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그 5분 가량이 제이미 폭스의 성품과 성격, 꿈까지 낱낱이 전달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이 같은 '간접적 서술'은 한국 영화에 크게 결여되어 있는 것 중 하나다. 한국 영화에서는 구구절절해져버려 영화의 군더더기가 되어 버리거나, 아예 불친절해져버려 영화의 모호성을 더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 영화에서 '그 집' 앞에 서 있는 차량을 훑고 지나가는 카메라 움직임을 보라. BMW 로고 한 번 훑으면 충분하다는 걸 보여주는 이 장면을, 한국 영화에서는 차 안에 탄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람 얼굴에 흉터는 어떻게 나 있으며 가지고 있는 무기는 어떤 것인지 세세하게 묘사하느라 적어도 30초는 잡아 먹었을 것이다.
별점평 : 스릴러 영화의 웨스 크레이븐 식 모범 답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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