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에서 자동차 추격씬이 등장합니다. 한국영화 중에서 눈에 거슬리지 않는 자동차 추격씬은 처음입니다. 신경 많이 썼습니다.
욕이 많이 등장합니다. 영화 <친구> 이후, 한국영화 감독들은 '욕을 넣어야 흥행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필요없는 욕 좀 줄이고, 염정아 씨 벗는 컷을 잘라냈다면 15금까지도 내려갈 수 있었을 겁니다.
시나리오는 뻔한 수준입니다. 한국은행을 턴다는 이색적인 소재를 사용한 것만 빼고는 별로 볼 것이 없습니다. 영화가 시작된 후 10분쯤 있으면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혹시 그거 아냐?' 네, 맞습니다. 그겁니다. -_-;;;; 다만, 그걸
풀어나가는 연출이 감각적이며 편집도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해 스크린에서 눈을 뗄수 없게 만듭니다. 영화 <이탈리안 잡> 보셨나요? 두드러지게 감동적이거나 뇌리에 남는 장면은 없었지만 도둑질;;; 하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 흥미롭지 않습니까? <범죄의 재구성>이 바로 그렇습니다.
배우 박신양은 역시 좀 난 구석이 있어 보입니다. 주연을 꿰 차는 게 무리는 아니지요. 특히 영화 오프닝 중 자동차 운전석에 앉은 박신양이
'오, 쉣!' 하고 한 마디 내뱉는데 그 장면 참 좋았습니다. 보면 공감하실 겁니다. 배우 염정아는 특별히 나아지거나 못하거나 하지 않고 그럭저럭입니다. 배우 백윤식은 B급 영화 분위기를 온몸에 휘감고 다니는게 매력인데, 이 영화에서도 그랬습니다.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지구를 지켜라>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연기가 맘에 드실 겁니다.
(엔키노에서는 이를 일컬어 타입캐스팅(type-casting)이라 부릅디다. 사전 안 찾아봐도 느낌이 팍팍 오지 않습니까?)
한국영화의 고질병이 영화 후반부에 이유없는 오버를 한다는 점입니다만(제가 <가문의 영광>, <라이터를 켜라>를 쓰레기로 취급하는 이유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오버가 극도로 절제되었습니다. 역시 연출과 편집의 힘입니다.
결론은,
볼만 합니다. 누구한테 보라고 권해도 욕은 안 먹을 영화입니다.
nkino 회원 아이디 : reedy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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