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슈프리머시(The Bourne Supremacy)의 시사회에 다녀왔다.
<본 아이덴티티>를 대단하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어딘지 앳된 티를 벗지 못하는 맷 데이먼의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받았던 인상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 그런데
<본 슈프리머시>를 보고나니 그의 연기 이력에 서광이 비치는 듯 했다. 왠지 어설펐던 그의 진지함이 이 영화 속에서 음울함을 극대화시키는 촉매역활을 하는데, 그것을 감상하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일단 보시라. 별 네 개 찍어드린다. ★★★★
내가 영화를 볼 때 항상 가장 크게 점수를 주는 부분은 군더더기 없는 시나리오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출이 그것을 얼마나 잘 형상화 했느냐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이 영화는 그 두 가지를 박수라도 쳐주고 싶을 정도로 만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절제력의 미덕까지 보여주고 있다. (내용을 말할 수는 없으니 직접 보면서 찾아보길....)
특히 볼만한 장면은, 전편에서도 꽤 그럴듯한 영상을 보여준, 자동차 추격전이다. 이미 액션영화에서 식상해질대로 식상해진 소재임에도 단지 카메라 워킹과 편집만으로도 얼마나 현장감 넘치고 역동적인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훌륭한 교본이 될 것이다. 음악 역시 전편의 존 파웰이 맡았다.
<매트릭스> 2편 고속도로 추격전에 등장하는 배경음악만큼이나 두드러지고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상당히 무미건조한 음율로 구성된 그의 독특한 음향은 스크린 속으로 관객을 풍덩 빠뜨리는 데 더없이 성공적이었음에 틀림없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초반에 내 스스로에게 실망했었던 것은, 전편이라 할 수 있는
<본 아이덴티티>를 볼 때 왜 속편의 가능성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가 하는 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본 슈프리머시>는 당연한 귀결이며,
<본.....>이라는 이름을 가진 시리즈 영화의 탄생도 기대해 봄직하다. 두 영화의 제작에 공히 패트릭 크롤리와 프랭크 마샬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추측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더 높아 보인다. 해리슨 포드(벤 애플렉으로 바통이 넘겨진...)의 '잭 라이언' 시리즈에 버금가는 인기를 구가할 지도... ㅎㅎㅎ
<본 슈프리머시>를 보려는 사람은 필히 전편을 보기를 권한다. 전편 내용이 그대로 이어지며, 등장인물 상당수가 그대로 출연한다. 저 사람이 누구였더라.... 하는 쓸데없는 잡생각의 방해를 막기 위해선 사전 이해가 필수다. 또 하나, CIA 내부감찰관으로 등장하는 여자.... 어쩐지 눈에 익다 했더니, '플레전트 빌'의 고혹적인 어머니로 등장한 조앤 앨런이었다. 마지막으로, 네스키의 딸로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이름모를 여자(단역임;;;) 무척 예뻤다! :)
(동구권 여자들은 하나같이 이쁘단 말야....)
추가.
에오메르가 등장한다는 사실은 코멘트에서 언급했고, IMDB를 뒤져보니 일레나 네스키로 연기한 사람이 Oksana Akinshina 라는 이름의 러시아 배우라고. (어떻게 읽어야 맞는거야? -_-;;;;;) 87년생에 12살 때부터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진 몇 장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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