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섬 바닷가 - 먼저 간 이들의 흔적'

친구가 췌장암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글이라며 링크

를 하나 알려주었다. 췌장암 말기 환자인 할아버지의 치료법이 없겠는가고 물은 질문자에게, 스물다섯 살이라고 밝힌 한 답변자가 이렇게 글을 남겼다.

"저도 췌장암 말기입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다른 치료법도 없다고 합니다. 간밖에 다른 장기에도 전이된 상태이기 때문에. 전 퇴원해서 병원에 항암치료 받으러 다니고 있지만 기대는 안 해요. 그냥 마음이나마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할 뿐이죠.

이번에 CT촬영해보고 나아지지 않으면 그만두려고요. 몸이라도 편하고 싶거든요. 마지막 정리라도 잘해보고 싶어요. 생각은 그런데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게 환자의 마음인 것 같아요. 전 지금까지 해 놓은 게 없어서 더 씁쓸해요. 요즘 날씨같죠."

글 남긴 때가 2003년 11월이다. 저 글을 적으며 스물 다섯 짧은 삶의 씁쓸함을 이야기했던 그분은 아마 지금 세상에 없을 것이다. 먼저 간 이의 흔적만 남아, 저렇게 혼자 말하고 있다.

아직도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찾아와 글을 남기곤 하는 한 블로거의 흔적

과, 그녀의 말대로 이젠 영원히 그림 속으로 들어가버린 한 아나운서의 흔적

과, 사망선고를 받고 죽음의 마지막 순간까지 결연하게 싸웠던 한 기자의 흔적

과, 다시 연주할 수 없는 파란 기타를 끌어안은채 병상 위에서 숨이 멎어갔을 한 가수의 흔적

이, 저렇게 혼자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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