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갤러리에 올렸던 복구 사진이다. 이때만 해도 이뻤는데 애가 크면서 너무 못 생겨져 버렸다.
준수한 외모의 덕구와는 사뭇 다르게, 어딘가 고집과 심술이 가득해 보이는 표정하며 입술이 딱 달라붙지 못해 늘 아랫니가 살짝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당한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그뿐인가. 눈물이 흘러서 콧등 언저리는 늘 축축하고 급기야 누르스름하게 털까지 변색되어버렸다. 항상 젖어있다보니, 내 표현대로 하면, '걸레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일 주일에 한 번씩 목욕을 시킨다는데도 이 모양이다.
그래서 복구라는 이름 대신에 나는 늘 이 녀석을 '못생긴놈'으로 불러왔다. 못 생기고 걸레 냄새가 나도 나랑은 별 상관이 없었다. 서울에서 지내다 이따금 인천에 들르는 정도니까 상종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천으로 옮긴 후, 이 녀석은 죽자고 나만 따라다닌다. 공식적인 주인은 누나이고, 개밥이며 개과자, 개껌도 누나돈으로 사고, 병원도 누나가 델꼬 다니고, 목욕도 누나가 시키고, 칫솔질까지 누나가 시켜준다. 그런데도 이 녀석은 나한테만 달라붙는 것이다. 책상 위에서 앉아 공부를 할라치면 의자 옆에서 안아 달라고 지랄발광을 한다. "야 이 못생긴놈아! 꺼져!" 하고 윽박질러도 그저 안아달라고 난리다. 때려도 개의치 않는다. 무조건 안아달라는 거다. 어쩔 수 없이 무릎에 앉혀 놓고 공부하는 수밖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14시간은 꼬박 내 무릎 위에서 잠을 자고, 밤에도 이불 속 내 가랭이 사이에서 잠을 잔다. 안방으로 가면 안방으로 따라들어오고, 거실로 나가면 거실로 따라나온다. 심지어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닫으면 화장실 문에 헤딩을 하면서 열어 달라고 아우성을 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변기 위에 앉아 무릎 위에 이 녀석을 올려 놓은 채로 큰 일을 본다. 거의 스토커 수준 아닌가.
못생긴놈 못생긴놈.... 야단치고 때리며 그토록 구박하는데도 나 좋다고 죽자고 따라다니니 이제는 그만 미워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걸레 냄새를 극복하기 위해 수요일, 금요일은 내가 직접 세수를 시켜준다. 원래 예뻐했던 덕구는 제쳐두고 이 못생긴놈한테 먹을 거라도 하나 더 먹이게 된다.(내가 밥 먹을 때조차도 무릎 위에서 안 내려가니 당연한 일일지도...) 사람 마음이 그렇더라. 끝까지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데, 더 이상 미워할 수가 없더라.
이유없이 여러분을 미워하고 구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인간관계라면), 미친 척하고 그 사람 좋다고 따라다녀봐라. 그 미워하고 구박한 원인을 저 스스로 고치면서까지(내가 꼬박꼬박 이 녀석 세수를 시켜주는 것처럼) 여러분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새로운 관계가 열릴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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