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본체 안에 들어있는 팬은 소모품입니다. 1분에 수천번을 회전하는 막대한 노동을 하다보면 윤활유도 소진되고 차츰 시끄러운 소리를 내게 됩니다. 정기적으로 먼지를 제거해주는 청소와는 별도로, 대략 1년에 한 번 정도는 갈아주어야 정숙한 상태로 제 성능을 낼 수 있습니다.
팬 중에서 가장 많이 혹사 당하는 것이 아마 그래픽카드 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씨피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발열량을 보이지만 대신 팬 크기가 작고 따라서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더 빨리 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 컴퓨터 그래픽 카드 팬도 몇 달 전부터 수명의 한계를 느꼈는지 부팅하고서 5분 정도는 아주 굉음을 냅니다. 비행기가 따로 없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 시시때때로 굉음을 내며 살려달라고
(어쩌면 죽여달라고?) 괴성을 지릅니다. 이 놈을 교체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돈으로 쳐야 만 원도 안되니 큰 부담은 안됩니다만, 대략 귀찮음 때문에..... 네, 저 게으릅니다. --;;
아무튼 팬은 아우성인데 새 팬을 살만한 여건이 안 될 경우 몇 달 정도 수명을 더 늘리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난 번
'키보드 빨기'
에서 등장했던
WD40이 이 글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쓸모가 많은 녀석이죠.
옆의 사진을 보시겠습니다. 그래픽 카드에는 GPU 라는 코어가 있고 그 위에 방열판이 붙어 있습니다.
2번 사진에 네모난 은색 금속이 보입니다. 이게 방열판이고 팬은 그 위에 볼트로 고정이 되어 있습니다. 사진은 드라이버를 이용, 팬을 방열판으로부터 분리한 모습입니다.
면봉 따위를 이용해서 먼지를 제거해 줍시다. 물 보다는 알콜에 묻혀 닦아내면 좋습니다. 비싼 면봉 아까워 마시고 잘 닦아주세요. 1년에 한 번 할까 말까한 작업이란 말예요.
그 다음 팬의 아랫면을 보시면 동그란 스티커가 붙어 있습니다(
1번 사진). 상표나 팬의 스펙 따위가 적혀 있습니다. 이 스티커를 살살 떼 주세요. 다시 붙여야 되니까 확 찢어버리지 말고 살살이요.
자,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스티커를 떼어내면 구멍이 보이죠?(
3번 사진) 요 구멍에다가 WD40을 뿌려주는 겁니다. 분사식이니 그냥은 힘들겠고, WD40을 살때 몸통 옆에 붙어 있는 대롱이 있거든요. 그걸 꽂은 상태로 살짝 뿌려주시면 되겠습니다.
주의!! 모기 눈꼽 만큼만 뿌려주세요. 흥건하면 난감합니다. -_-;; 처음엔 가스만 나오므로 걸레에 대고 머리를 눌러 가스를 조금 빼준 다음, 팬 구멍에 대롱을 대고 순간적으로 '틱;' 눌러주세요.
그리고 손가락으로 팬을 살살 돌려주세요. 안에서 윤활제가 섞일 수 있도록 말이죠. 그리고 남은 윤활제가 흘러나올 수 있으니 구멍이 아래로 오게 해서 걸레 위에 잠시 올려둡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 스티커를 도로 붙이고 - 잘 안 붙으면 딱풀 칠해주세요;; - 방열판에 볼트로 고정합니다. 그래픽 카드를 원위치시킨 후 컴퓨터를 켜보시면 놀랄만큼 얌전해진 녀석을 기특해 하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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