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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ny에 대하여 ****
나는 나를 스스로 사랑스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지금 역시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때때로 회의가 들만한 일이 있기도 하지만 언제나 다시금 나는 나를 사랑스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승혁선배의 노트북을 망가뜨렸을 때, 난 내가 더 이상 사랑스런 존재인가 하고 심각하게 물어보아야 했다.
난 돈이 안되는 여러 취미를 즐기고 있는데, 가전 제품을 분해하는것도 그의 일부이다. 라디오, 냉장고, 선풍기를 비롯해서 값이 올라갈수록 드라이버를 든 오른손에는 전율이 느껴진다.
승혁선배가 칼럼에 글을 연재해주는 대가(?)로 시중에서는 보기 힘든 아주 고전적인 노트북을 장기임대해주었을때(자그마치 2년2개월..) 난 집에 돌아가 어서 이 첨단제품을 분해하고 싶은 욕구로 다른생각을 할수 없을만큼 뇌가 흥분해 있었다. 2틀간의 휴가를 낸차라, 집에서 여유있게 노트북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노트북에 관한 책을 5권정도 읽고 난차라, 난 근거없는 자신감에 차있었고...그래서 어느정도까지 분해해야 할지를 이성이 통제하지 못했다.
방안에 가득 노트북 부품으로 가득차고나서야 난 내가 무슨일을 했나..하고 되돌아 생각해 보았다. 난 내 월급으로는 10년이 걸려도 못살(참고로 난 공익근무요원이다.) 최첨단 가전제품을 조립하기 이전의 상태로 복귀해놓은 것이다.
순간 눈앞이 노래졌지만, '무슨일이든 시작하면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는 신념대로 다시 조립하기 시작했다. 등산길이 오르는길이 더 힘들지만, 내려오는길이 더 위험하듯, 조립할때는 부품하나 하나 마주칠 때마다 '내가 아까 이걸 어디서 뺏지..?'하고 더 머리를 쓰고, 고심해야 했다.
겨우겨우 마쳐놓고, 전원을 켰다.
야..윈도우 화면이 떳다..마우스도 움직인다.
혹시나 해서, 한글97을 켜보았다. 열린다.
이제 승혁이 형 바램대로 글을 써봐야지..하고 키보드를 눌렀다. 이런...... 키보드는 내 명령대로 화면에 글을 쓰지 않았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난 키보드와 본체를 연결하는 케이블을 끊어먹었고, 또 본체에 들어오는 전원부를 불안전하게 관리해서(너무 신나서 켰다 껐다를 계속 반복했다.) 전원마저 안들어오는 상황에 빠졌다.
잘 아는 서비스센터에 맡겼는데, 들은 소리란 욕뿐이었다...
난 다 조립하고도 너무나 많이 남은 나사를 손에 쥐고, 망연자실해있었다. 난 천성적으로 분해를 좋아하고, 무슨일이든 분석해서 결과를 예측하길 좋아한다. 근데 이번에 크게 한번 당한 것이다.
이제 고물이 된 노트북을 컴퓨터 하드웨어 전공하고 있는 후배에게 시신기증하며 생각한건 '전문가가 아니면서 건드리는건 너무 위험하다'라는 것이다.
의사가 아니면서, 응급처치를 넘어선 큰수술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곳곳에 병원개업을 하면 어떻게 될까? 경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창업을 하겠다고 하는 대학생들에게 무어라고 말해주어야 할까? 목회에 대해서 구경만 하면서 하나님일을 주저리주저리 판단하는 사람을 어떻게 패야 할까?
한일전이 끝난후 언제나 그렇듯 동네아저씨들이 모여서 하는 소리들은 이런 것이다. '아 그 자식 이렇게 했으면 되는데..' '거기서 왜 공이 하늘로 날라가..?' 하지만 경기장에 서지 않은 사람은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의 맘과 생각을 절대로 알 수 없다.
그동안 내가 글을 올리지 않은 것은 혹시나 내가 이런
1. 전문가도 아니면서 중요한 것을 함부로 진단하고
2. 현장을 모르면서 한계없이 비판하는 사람이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난 23먹은 신학교휴학생이다. 인천에서 공익근무요원을 하고 있는데, 주말에는 거의 교회에서 살고, 주중에는 도서관에서 산다. 책을 너무 좋아해서 별일이 없으면 2틀에 한권을 읽는꼴이다. 글쓰는 것 역시 사랑해서 시간만 주어지면 끊임없이 쓸 자신이 있다. 모태신앙이라서 교회에서 말이 많고, 예수 믿는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세상물정에 어둡기도 하다.(하지만 노래방가서 이달의 최신곡만 부른다...^^)
승혁선배와는 같은교회선후배사이로, 청년부에서 2년동안 '코람데오'라는 주보편집부에서 동역했었다. 난 승혁선배를 라이벌로 여기고 있고, 또 동시에 존경하고 있다. 솔직히 그중에서 4살연하의 애인이 있다는것에 경의와 경악을 표한다. 나와 승혁선배의 공통점이 있다면
1. 둘다 콜라,책읽기, 글쓰기,밤새서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고
2. 말한마디 안해도 처음보는 사람조차 괴짜라는 것을 금새 인식하게 하는 이상한 카리스마가 있다.
3. 현 교회의 상황에 대해서 우려을 표하고 있고, 스스로를 지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착각에 빠져있다.
하지만 사람은 공통점보다 차이 때문에 서로를 더 사랑하게 되는데.
1. 나는 못하는 운동이라도 낄려고 노력하는 반면 승혁선배는 운동이라고는 전혀하지 않고,체육대회날 흰반바지에 썬글라스를 끼고 온다.
2. 승혁선배는 조용하고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난 성격에 관계없이 연상을 좋아한다.
3. 난 대충대충 다작을 하는 반면(글 말이다..) 승혁선배는 특유의 꼼꼼함으로 마치 거미줄같은 글을 선뵌다.
이정도면 나를 어느정도 알게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 나 역시 만만찮은 괴짜다.
내가 선뵈려고 하고 맛을 묻고 싶은, 첫 번째 요리는 '목회세습'이다. 5개 일간지에 실려있고, 교계가 떠들썩한..
어떤가? 나와 함께 경기장으로 들어가지 않겠는가.
경고하지만, 내가 들어가고자 하는 경기장은 게이트볼이 아니라, 글라디에이터에나 나올법한 로마 검투사경기장이다.
우린 이제 맞서야 한다.
to be continue...... (20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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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모름] 지하철 그녀의 시선](http://reedyfox.com/bbs/icon/member_image_box/1/subway1.jpg){kind=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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