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로그/중고 매니아인 나는 어디선가 누군가 꼭 버릴만한 물건을 하나하나 줏어오는것을좋아한다. 그 물건들은 대체로 남이 한참 쓴 손때가 묻고 유행이 한참 지난것들이다.
초등학교를 다닐때, 아이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쓰레기장 청소를 맡은적이 있다.
그때 우리 학교는 큰 공터에다가 작은 담을 둘러서
그곳에다 온 학교에서 나온 온갖 쓰레기를 던져 넣고 불을 붙여 태우는 식이 었다.
내가 참 그곳을 얼마나 좋아했을런지..
나는 청소시간을 기다렸고, 우리반에 쓰레기장 청소를 자원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것에 아쉬워했다.
그곳에서 난 다른친구들이 버린, 우산, 공책, 연필, 리코더 심지어는 지갑, 돋보기 별의별것을 다 주워서 집으로 가져왔다.
집에 오면 어머니는 킁킁 거리며
'너는 왜 맨날 학교 갔다오면 쓰레기장 냄새가 나냐?'리고 묻곤 하셨다.
그 버릇과 습관, 그리고 취향은 지금도 계속되어서,
학교 기숙사에서 외롭게 있던 어느 겨울날 나는 학교 근처에 있는 아파트 동들의 재활용 쓰레기 분류함들을
한 세 단지정도 돌아서 두손가득 책, 고장난 라디오, 옷걸이 등을 들고 왔었다.
아래 사진은 이번주에 내가 구매하려는 1981년산 소니 소형 라디오 이다.
21세기인 2004년 현재에는 중국에서 새로워진 신형이 더 저렴해진 가격으로 판매되지만,
난 왠일인지 누군가가 정을 들여놓은 기계들, 도구들이 좋다.
그래서 필름 카메라도 중고, 손목시계도 중고, 심지어 옷도 중고다.
그러니, 혹시 집안에 안쓰는 고장난 금성라디오나, 자동응답전화기, 아니면 온갖 아나로그/중고 물품이 있다면, 버리기전에 그런것을 찾아서 오늘도 헤메는 나같은 사람이 있다는것을 기억해다오.
나에게 필요없다고 모두에게 쓸모없는건 아니니까 말이다.
내게 그 물건들은 '돈값어치'가 되냐 안되냐로 중요한게 아니라,
그냥 그 전에 사랑받았는가? 그리고 이제 내가 그것을 사랑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것이다.
여전히 잘 작동된다는 1981년산 소형 녹음기를 파는 분에게 미쳐 물어보지 못했다.
도대체 그런 기계들은 유효기간이 있기나 한건지..
어느 영화에 나온 말처럼 내가 사랑하고 있는 이런것들
그리고 지금 만나는 당신과의 사랑에 유효기간을 정해야 한다면
나는 내가 만나는 것과의 사랑의 유효기간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
계속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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