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섬 바닷가

신청도 하지 않았는데 새 의료보험 카드가 발급됐다.
'무슨 일이지?'

"....헉," 동생녀석 이름이.. 이름이 달라졌다.

'문유리'로....

개명되었다는 법원 통지는 받았다지만, 이 실제 상황은 나에게 좀 무안스럽다.

방년 스물 다섯.
칠남매 중 다섯째 딸로 태어났기에, "오순아, 까꿍~", 애칭으로 부르던 걸
막상 호적에 새 이름 올리려니 영 어색하고 '오순이'가 참 아까우셨던지....
그냥 올리셨다고 한다.

정희, 영희, 명희, 희진, 오순...
"아빠, 왜 갑자기 오순이가 됐어요? 네??" 여쭈면,
허허 웃으시며 " 넌 원래 오순이었어~!" 라고만 대답하셨다.

뭐, 난, 오순이가 아니니깐... 그런가부다...했고.

이런 막내는...짐작처럼,
'오순(五順)'이라는 이름에 심한 콤플렉스가 있다.

길거리에서 불러도 못듣기에 큰 소리로 "오순아~" 불렀다가..
호되게 야단(?) 맞은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언니, 언니가 '오순이'라고 한번 생각해봐~ 응?..."
"왜? 오순이가 어때서??.."
"...이름 바꿔 달라고 할래. 아빠한테 얘기할 때 옆에만 있어줘, 응! 응!"
"글쎄..."

성년을 지낸 후 비장한 소원을 품더니,
명절 때마다 나를 동원해 아빠를 설득한지 어언 4년.
엄마는?
엄마는 아빠의 뜻을 따르겠노라고 하셨고..
힘을 실어 주시지 않은 엄마에게 이 대목에서 녀석이 조금 아주조금 서운한 듯 싶다.

그.러.나.. 소원 성취.
스무살적부터 가명으로 써오던 '유리'를 진짜 이름 삼은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 사실을 글쎄 남자친구도 모른다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좋은 한자(韓字)를 골라 법원에 신청서를 내고...
기각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기에 개명 사유서에 선처를 바라는 간절한 호소를 하였고,
마음 졸이며, 기도까지 부탁하며, 기다리더니만,,,
일생 중 바라던 큰 소원 한가지를 벌써 이루었다!

오순이... 오순이.. 이쁘기만 하고만..

.
.
앗 차! 싶다.
남동생 이름은 현관이다. 문현관.
여동생은 이제 유리가 됐다. 문유리..

어?  문 현관.
       문 유리.

이름 -> 성 ->  이 순서로 한 번 읽어 보시길...
.....
.....

ㅡ.,ㅡ ;;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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