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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길. 07시 15분..
시민공원 건너편 교보빌딩 앞에서 3번 버스를 타면,
회사 앞까지 모셔다 준다.
늘상처럼 만원 버스리라 입술을 앙당 물었는데 오늘따라 헐렁한 뻐스!.
왠일이니~
자연스럽게 뒷좌석을 차지했다.
주안역을 지나 석바위쪽으로 우회전 하는 우리의 3번 버스.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책을 펼쳤다.
그. 때.
법원 고가 부근,
교차로를 막 지나려 왼쪽으로 심하게 기울리더니
예고도 없이 '"끼익~! 척" 섰다.
(동시음향: 귀 따가운 버스와 택시 경적소리. 버스기사 Q!)
"이 XX야! 아까 돌았어야지!!" (삿대질하며) 운전을 그XX로 하냐!!"
"$@%&*#&...."
두 기사 아찌들은 ㅆ소리를 막 해댄다.
상황을 보니~
3번버스 진행방향으로 마주내려오던 한 택시가
자기신호인 좌회전 신호 끝나갈 무렵 U턴을 했고,
동시에 우회전하던 우리 버스와 딱 키스 할 뻔한 것이다. (...뻔~)
여.기.서... 난,
신호위반이니, 진로방해니,누구 과실이니..
이런 말을 하고싶진 않다.
이 상황!!, 5초쯤 지나 들을 수 밖에 없는 말, 말, 그 말....
ㅆㅆㅆ소리들....
주위를 둘러보았다. 얼른.. 이런!!
파랗고 생글거리는 까까머리 남중생들과
꽉낀 스커트를 두른 여중생들 몇이 타고 있었다.
....
수업도 아닌데, 보고듣고 배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네들 눈과 귀와 가슴에서...
('이런 건 배우지 말아주기 바람.' ...이 녀석들 이미 다 알고 있을까?)
접촉은 없었으니, 실갱이를 끝내고,
그냥.. 부웅~ 하고 각자의 길을 간다. 조용히. 아니, 뽕짝노래와 함께..
'회사까지 가려면 한참 남았는데, 기사 아찌가 화났으니, 냅따 달리겠지!
음.. 의자에서 나가 떨어지지 않게 손잡이를 꽉 잡아야겠군.'
근데...의외로,
아찌는 아까완 달리 디게 얌전하다. 천만다행.
아침이 무너지고 있다.
불쾌지수 팍팍 올라가고, 뭔가 무언의 공범자가 된 듯 찝찝한 기분...
한 숨.
.....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신념,
ㅆ소리 하고 삿대질이 만연한 우리 사회 분위기...
'전 세계 곳곳이 다 이렇진 않겠지?'
순간이동으로 이 나라 저 나라 분위기 살피는 걸 못해 넘 아쉽다.
도전과 위안....을 삼고 싶어서...
휴~
책을 덮고, 필름을 뒤로 돌려 상상해 보았다.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이 아침을 좀 부드럽고 유쾌하게 해 줄 만한 '말'을 생각해 내려고..
[상황 재연]
딱 키스하려던 순간, 버스와 택시는 멈췄다. 멈출 수 밖에 없었지.
버스기사 : "__________________"
택시기사 : "__________________"
빈 칸에 한번 나름의 대사를 달아보기 바람. (무척 궁금)
"그렇게 운전하시면 안 돼죠~"
"어휴~ 제가 좀 기다릴 걸 그랬네요. 죄송해요~"
"아침부터 많이 놀라셨겠어요?"
"......"
"....."
"안전운행 하세요~"
등등등...
근데 말이다. 이런 말은... 들어보지 못한것 같다.
내가 운전하게 되면 꼭 해봐야겠다.
...근데 더 생각해보니,
쌍방과실로 사고 직전에 다행히 그 ...뻔~ 해다면 좀 해 봄직한데,
내 과실로 접촉을 해버렸다면..., 죄송하고 배상한다 할테고,
번개맞은 것처럼 탁 당했을 땐?.... 내 말도 어찌 나갈지 장담 못하겠다...
"(부드럽게) 아휴~ 저 너~무 놀랬어요!! 다 물어 내세요오~" 라고 할까?
........
웃음과 함께 미간이 찌프려 지더군..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만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기 위해,
공공의.., 직장에서, 교회에서, 가족들에게 쏘아붙인 내 입술의 덜 익은 열매들...
으아~
공익광고 포스터 내용처럼,,
밝고 여유로운 웃음섞인 말로 모든 것이 대체되는
우리 사회를 한번 꿈 꿔보기도 했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푸훗~
좋은 말들이 배가(倍加)되어, 배가된 좋은 말들이 좋은 말들을 또 배가시키고..
.....
한국사람 '성질'을 운운하기전에, 나부터 해야되는
좋은 말들.....이 그립다..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시작해야 되니까.
'나'. 라. 니.?.
어? 그새 회사까지 왔네...
왼발은 무겁고, 오른발은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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