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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통계프로그램 돌리느라 한 주가 휘딱지나갔고
몹시 지쳤으나
한편으로는
내가 만들어낸 결과에 대한 성취감으로 기쁨에 들뜨기도 했다.
금요일 밤
교수님에게 들고가서 박살(?)나기 전까지는.
쯔쯔.....
다변량으로 한 번돌려보고나서 안되면
통제집단은 빼라.... 이래서야 원.....
아흐~
전교생을 대상으로 공격성 검사를 하고
높은 점수나온 40명을 불러모아
검사 취지를 잘 설명해서
그중에서 자원하는 녀석 13명을 실험집단으로.
나머지 13명을 통제집단으로 구성.
2004년 4월부터 7월 그 뜨거운 여름까지
두달 반 동안
땀흘리면서 쩔쩔 매면서 녀석들 찾아다니면서
어르고
달래고
맛난거 사주고
꼬셔서
10회기에 걸쳐 공격성 감소 주장훈련 프로그램 돌리고...
사전검사 사후검사...이어서 추후검사까지 다 한 결과
지도교수님의 입맛 다시는 소리만 요란하게 했다.
맥이 풀리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통제 집단 13명은 처리하면서 버리라고 하신다.
실험집단 13명만 데리고
단순 반복측정한 결과로 논문제출하라고.....
이런.
선배님에게 속상해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안타까운 눈으로 나늘 보시면서
숫자 몇개만 고쳐서 가면 되는데
이야기를 있는대로 다 해버리니까
교수님은 그렇게 할수 밖에 없지 뭐....
융통성 없어보이는 내가 답답해보였는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거든다.
그렇게 논문쓰면 폼이 좀 덜나지...라고 하신다.
집에와서 내내 마음이 편치않고 불안했다.
숫자를 고치고싶은
그래서 뽀대나는 논문을 쓰고싶은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혀있는 나 자신을 본다.
무엇보다
다시 통계프로그램을 돌릴것을 생각하니
처음할때보다 더 막막하다.
토요일 오후는
이 막막함과 답답함과 싸우느라 진이 다 빠져버렸다.
전날 생전처음 무리해서 탔던 자전거 탓에
어깨죽지가 심하게 욱신거린 핑계로
사우나에가서 드러누워버렸다.
도.망.가.고.싶.다.....
목욕탕에서 나와 한이를 불러내서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은아랑 한이가 머리를 맞대고 시킨 음식들이
하나같이 맛이없다.
돈까스에 그라탕에 치킨 샐러드에 무슨 무슨 매운맛 나는 피자까지....
밤 늦게 들어온 남푠이 저녁을 먹지 않고왔다는 것에
조금 화를 내고 (원래는 늦게들어오는 계획이었다)
라면을 성의없이 끓여주고 들어가서 잤다.
그리고
주일 아침
막 눈뜨고 나오는 남푠에게 아주 사소한 이유로
조금 많이 화를 내고
혼자서 꾸역꾸역 아침 밥을 먹고 체했다.
그리고 죽도록 불행하다.
주일, 교회에서 하루종일 보내다보면
아침에 있었던 사소한 일들은 금새 잊어버리곤 하는데
집에 올때까지 맘이 불편햇던것은
몸이 아파서였던것 같다.
이래저래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어
지난주말의 내 행보를 가만히 돌이켜보면
논문스트레스가 가장 컸던것 같다.
오늘 아침에야
천천히 마음을 주저앉히고 일어나서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생각해보니
내 삶 전체가 그렇게 뽀대나고 싶은 욕망에 가득차 있는것을 퍼뜩 발견했다.
내가 가진 달란트 이상의 것을 요구하다가
결국 하나님을 원망하면서
받은 한 달란트마저 땅에 파묻어버린
저주받은
한 달란트의 소유자처럼
나는
내가 가진 이상으로
폼나게 살고픈 욕망에 사로잡혀있고
그렇게 보인다고 착각하면서 살고있다.
아~~ 이제는
내 모습
내가 가진 그대로
인정하면서
받아들이면서 살고 싶다.
마땅히 품을 생각 이상의 생각을 품지않고
내가 속해있는 것이
초라할지라도 순순히 받아들이는
그런 넉넉함을 가지고 살고싶다.
그렇게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지려면
몇세월이 흘러야 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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