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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고집스럽다.
그까짓 거 조금 굽히고 들어온다고 내가 잡아먹기라도 한단 말이냐.
나는 다 이해해주었는데, 어떻게 나한테 그런 것도 양보를 안 하려고 들까.
거기다가, 내가 그런 이야기를 집안에 했다고 마마보이라느니 개념이 없다느니.
난 다만 솔직하게 식구들에게 이야기하고 의논을 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우리 집안의 둘째 며느리가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할머니와 온 집안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다고 뭐 그리 큰 일이 날 문제냔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시집오는 쪽이 우리집에 맞추어야지, 우리 부모님, 할머니, 어른들더러 자기를 이해하라고 하란 말이야?
할머니가 노발대발하셔서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에는 집안에 못 들여놓는다고 펄펄 뛰시는 걸 겨우 말렸는데, 그녀가 보이는 반응이라는 것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라니ㅡ
"도대체 그런 얘기를 집안 식구 다 모인 자리에서 한 이유가 뭐니? 나 말려죽이려고 작정했니?"
어차피 아실 일인데ㅡ
"설령 문제가 생겼어도 다리 역할을 해야 할 당신이, 좋아라하고 쫓아가서 말해놓고, 나더러 뭘 어쩌라고??...참 내...내가 이런 남자랑 같이 살아야 하니?"
같이 살아야하냔 말은 안 했던가?...뭐 어쨌든 그녀 표정은 더 심한 말도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도 깝깝하단 말이다. 그녀에게 호의적이었던 아버지까지 어찌나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던지...
"애더러 주의 좀 주는 게 좋겠다..."
아버지, 어지간해서 그런 말씀 안 할 분이란 말이다.
"잘했네. 온집안 식구들에게 미움받게 해놓으니까 좋니?"
도무지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은 안 하나보네...
어쨌든, 그녀가 성질이 났을 때는 피해가는 게 상책이니까 입다물고 가만히 있자.
좀 잠잠해지면 그 때 다시 얘기하지 뭐.....
#2. 그녀
어이가 없다.
내가 그렇게 잘 알아듣게 얘기를 했는데도 그예 집안 어른들한테 죄다 고해버렸단 말이지.
내 얼굴도 한 번 제대로 못 보신 분들이 그것 참 못쓰겠다고, 들어오면 집안이 편치 않겠다고 하셨다니...
저 남자는 내 남편을 하고 싶은 거니 내 웬수가 되고 싶은 거니?
"난 그저 의논을 하고 싶었던 것 뿐이라니까..."
의논좋아하네.
할머니가 펄펄 뛰시는 의논? 냅다 '걔가 그랬어요~' 하는데 퍽이나 의논이 되겠다.
할머니...내가 결혼하면 명절에나 뵐 고모님들...그의 부모님...형까지 한 목소리로 나더러 그런 생각은 곤란하다고 하셨단다.
그리고 이 남자, 그 이야기를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나에게 하고 있다.
"그러니까 네가 생각고쳐라...할머니께서 펄펄 뛰시고 난리도 아니었다..."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오네.
한참을 그러고 싶었냐는 나의 닥달을 듣는 그의 표정은, 도무지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면서 혼나는 아이의 표정과 똑같았다. 저러고 있다가 내가 제풀에 지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딴청을 부리겠지...
저 남자, 다른 일로도 항상 저렇게 할까?
#3.
모레는 그의 할아버지 제사가 있는 날이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사를 모시는 일에 대해 그녀에게 얘기했고,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는 제사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교회에 다니고 있으므로 자기 집안에서는 지금도 제사를 전혀 지내지 않는다고, 그래서 결혼을 해도 당연히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고, 그리고 거기에 뜸을 들여 덧붙이기를, 당신은 둘째 아들이니까 둘째 며느리 제사에 참석 안 한다고 많이 불편해하시겠느냐고 하는 것이었다.
그는 좀 황당했지만 더 이상 대화를 지속하다가는 말싸움이 되지 싶어 화제를 돌렸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제사가 있던 그 날, 온집안 어른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녀가 그렇게 말하더라고 말씀드렸다.
반응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잘못했나 싶어 그녀에게 그런 일이 있었음을 얘기했을 때 그녀의 반응 역시 화끈(?)했다.
결혼얘기가 본격적으로 오가기도 전에 시집어른들에게 미움을 톡톡히 산 그녀는 매일같이 듣던 시댁식구들과의 종교적 갈등에 대한 간증이 거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홀로 전쟁터에 뛰어드는 것이지, 결코 동료를 얻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서서히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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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같았던 나이 스물 일곱에, 상대방 부모님이 정식으로 한 번 보자 하셨다는 말씀을 전해듣고 남자에게 헤어지자고 했던 어떤 여인네의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
헤어진 이유가 종교적인 문제때문은 아니었지만, 사귀는 기간 내내 가장 큰 싸움의 원인은 그것이었다고 그 여인네가 증언하는군요 ^----^;;;
이후 쭈ㅡ욱 혼자인 그녀는, 이번에는 종교가 같은 남자를 만나든지, 아니면 남자를 전도하고 연애를 시작하겠다는 당찬 꿈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군요...^-------^;;;
과연 그 꿈이 언제 실현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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