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왔어요.
언제나 그렇듯
가끔 기분 나야 겨우
아버지 얼굴에 여자 화장품 잔뜩 발라 놓고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얼굴을 막 문질러 드리지요.
낼름 효도 다 한 척 벌러덩 자빠져서
과일 먹고싶어. 혈중 고기농도가 낮어.
은근슬쩍 아버지 배를 베고 누워서
주섬주섬 뭘 먹거나 떠들거나 그래요. 대부분이 잘난척이죠.
우리 막내 동생이 들어있다고 하는 아버지의 배는
조금 높은 베개라서 목이 아프다오.
요즘 아버지는 지나가는 아가들만 봐도
괜히 제 뒷통수를 뻑 때리세요. 손도 매우셔라.
어디 나가서 사고라도 쳐야하나 이거 원. (__ );
(아빠가 읽으시면 맞아 죽겠지만 설마 이곳을 아실려구?)
부하건 가난하건 잘 나가건 못 나가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시선을 보내는 건강한 사람이 된다면
아빠 그건 당신 때문이에요.
저녁 먹고나선 두 분 보시라고
공약을 적은 카드를 하나 드릴까 해요.
부모님의 가장 큰 걱정을 반영한 것이지요.
1. 엄마가 시키는대로 피부맛사지 하겠습니다.
2. 회사에 들어가면 변덕 안부리고 3년 이상 다닐게요.
3. 밥맛없는 노처녀 안될테니 걱정마세요. 노력할게요.
4. 잠수뜨는 나쁜 버릇 고칠게요. 저 올해 들어서 한번도 안떴어요.
방 문 닫고 들어가서 입 꾹 다물고 있는 짓도 안할게요.
5. 밤에 되도록 일찍 잘게요.
그간의 오바로 이미 체력이 바닥 났답니다.
올해들어 얼마나 골골대는지. @_@ 다크써클도!
6. 아빠께 이메일 자주 쓸게요.
가을에 논문 쓰면 겨울엔 좀 멀어도 집에 들어와서 살까봐요.
독백식 소통의 섬에 온 기분 :)
이러다 자유 게시판 수다쟁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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