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벗을 얻게 된다면, 나는 10년 동안 뽕나무를 심어 기르고 1년 동안 누에를 쳐, 그 실에 내 손으로 오색 물을 들이리라.
열흘에 한 빛깔 물들인다면, 오십일이 되면 다섯 빛깔.
따뜻한 봄볕에 쬐어 말린 이 실과 백 번 단련한 금바늘로, 여린 아내가 값비싼 비단에 벗의 얼굴을 수놓아 주면, 높은 산봉우리와 도도히 흐르는 강물 사이에 옥으로 기둥 세워 펼쳐놓고 벗과 마주보며 말없이 있다가, 날이 뉘엿해지면 품에 안고 돌아오리라.
若得一知己, 我當十年種桑, 一年飼蠶, 手染五絲, 十日成一色, 五十日成五色, 쇄之以陽春之煦, 使弱妻, 持百鍊金針, 繡我知己面, 裝以異錦, 軸以古玉, 高山峨峨, 流水洋洋, 長干其間, 相對無言, 薄暮懷而歸也.
- 이덕무, <선귤당농소 蟬橘堂濃笑>
서로 마주보며 말없이 있고 싶음, 알 듯 합니다.
<이덕무 청언소품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이란 책에서 원문을 땄는데, 해석은 제가 좀 바꿔서 틀리는지도 모르겠어요.
서른아홉에 관직을 얻기 전까지, 온 식구가 영양실조와 그로 인한 질병에 시달렸다는군요.
치마를 입고 노는데 꽃 사이로 누가 볼까 부끄러웠다, 이런 글도 있고, 참 재미있는 옛분같아요.
아내는 역시 가엾군요. 끼워 주지도 않을 거면서 뒷바라지는 시키고.
어떻든. 여러분께 드리는 제 우정의 헌사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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