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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야 하나..하는 나에게
한 일주일쯤 전의 일입니다.
퇴근하면서 지하철에 올랐는데, 어디선가 묘한 냄새가 나더군요.
가끔 가다 상식과 담쌓은 분들이 지하철 안에서 신발을 벗고 있어 그런 냄새가 날 때가 있어서, 대체 또 누가 그런 아리따운 일을 하시나 싶어 둘러보았죠.
냄새의 진원은 제 앞쪽에 앉은 어떤 남자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신발을 벗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머리스타일은 올드보이의 바로 그것이었고 반쯤 하얀 머리카락이 섞여 있더군요.
옷차림이 남루하다고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입고 갈아입지 않은지 꽤 오래 된 것은 확실한 것 같았고, 나이가 그닥 많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얼굴은 머리카락만큼이나 노쇠한 듯 주름이 져 있었습니다.
졸고 있었는데, 다리를 꼬고 앉은 그 상태에서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도 않고 그 자세 그대로더군요.
그 때 마침 지하철이 정차하면서 빈 자리가 생기자 그 옆에 앉아있던 여자분이 재빨리 다른 자리로 이동했습니다.
그게 하필이면 바로 제 앞이었답니다.
물론 지하철에서 코 앞에 빈 자리가 난다고 꼭 앉아야 하는 법은 없는 겁니다.
하지만 제가 앉지 않으면 누구도 앉지 않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앉았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저는 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냄새가 좀 난다고 그의 인격이 썩었다는 뜻은 아니다, 예수님은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신다 등등...
그러니까 나는, 이 자리를 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까지.
그 날 저는 강변역에서 내릴 생각이었는데, 잠실역께에서 갑자기 살 것이 생각났고, 그래서 급히 잠실에서 내렸습니다.
하지만 내리고 나서 바로 든 생각이, 오늘 굳이 살 필요가 없는 것인데ㅡ였습니다.
다시 강변역으로 가기 위해 승강장에 서면서,
나라는 인간 역시 얼마나 위선적이고 속물근성이 철저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내내 앉아 있으면서, 그 냄새가 마치 저에게 옮겨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하기로, 그 자리를 피한다는 것은 매우 못된 일이었기에 제 자신조차도 속일만한 변명거리가 생각났던 것이죠.
그 날 사지 않아도 좋을 물건을 핑계로, 저는 그렇게 결국 그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있던 시간이 얼마나 되었을까요.
선릉역을 떠나면서 잠실까지였으니, 네 정거장, 채 10분도 안 되는 거리였습니다.
그리고 원래 가고자 했던 강변까지는 다시 5분도 안 되는 거리.
저는 그 몇 분을 못 견뎌 뛰쳐나왔던 것이지요.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드러내놓고 피하는 사람들보다 저는 더 나빴던 겁니다.
그리고 그 분이 그렇게 졸면서도 몸을 꼿꼿이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으려고 자는 와중에도 신경을 곤두세워 그랬던 것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저같은 사람들말이죠.
인이님의 글을 보고 그 일이 생각났습니다.
진정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말이나 생각만으로는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내 가슴이 열려 있지 않고 내 영혼이 열려 있지 않으면,
그것은 냄새 때문에 자리를 피할 수 있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이지요.
다음에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이제는 자신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언젠가는 진심으로 사람을 그저 사람으로 볼 수 있게 되는 인격이 생겼으면 합니다.
그것 하나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꽤 잘 산 인생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덧...
글을 쓰는 사이에 로그인이 풀렸었나 봅니다...
필터링용 숫자를 넣어달라는 경고창과 함께 낯선 글쓰기 창이 나타나 글 날린 줄 알고 식겁했습니다 -_-;;
이럴 때에는 클립보드 저장기능의 위대함을 절실히 느낍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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