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유용하고 알찬 사이트 하나가 닫혔다. 고층건물 전문 포럼을 표방하는
제니하우스
얘기다. 고층건물 사진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만을 가지고서 시작했는데 운영자의 열성어린 노력에 힘입어 외국 어떤 전문 사이트에 빠지지 않는 훌륭한 곳으로 자라났다.
이번에 제니하우스가 닫힌 것은 사진 외부링크로 인한 트래픽 오버 때문이다. 종종 그런 일은 있어왔고 그것을 안타깝게 여겨, 게시물 목록의 사진을 썸네일로 바꾸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트래픽 용량을 증설하는 등 부단한 대책을 세워왔지만 닥치는 대로 링크해대는 불펌 앞에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모 다음카페에 30여장의 사진이 게시되었다고 하는데, 사진 한 장에 보통 600킬로바이트 가량인점을 고려하면, 한 명이 그 게시물을 읽을 때마다 18메가가 날라가는 셈이다. 100명이 읽으면 1.8기가. 그러니 알지도 못하는 사이트에 흥미거리로 올려둔 사람 때문에 수십만원을 들여 확보한 트래픽이 소진되어 버린다.
애시당초 운영자인 제니 님에게 왜 외부링크를 차단하지 않는가고 질문을 했었다. 그분의 답은 외국 사이트 몇 곳에서 제니하우스 사진 몇 장을 링크해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서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자료를 나눠보고 공유하기 위해 굳이 링크를 막아두지 않고 있었다. 외국 누리꾼들의 불펌은 불펌일지언정 그 정도가 약소하다. 적어도 상대를 봐 가면서 링크를 하고, 또 그것을 불특정 다수에게 마구 유포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나라 누리꾼들은 숫제 배짱이다. 복사해서 붙여넣으면 그림까지 고스란히 딸려오는 위지위그 방식 게시판이 보편화되어서 그런지, 원 계정이 죽어나가는 것은 생각지도 않고 그저 저 좋다고 마구 링크해버린다. 스크랩 기능은 또 얼마나 편한가. 한 번 사진이 링크된 게시물은 이곳 저곳으로 날개 돋친듯 퍼져나간다. 누구는 트래픽 감당하느라 고생하고 있는데, 또 다른 누구는 '쓸만한 사진' 몇 장 올렸다는 칭찬까지 들으며 의기양양한다.
(몇 달 전, 외국의 이름난 사이트가 국내에 알려지자 무차별적으로 링크가 된 나머지 그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은 한국 아이피 대역을 차단해버린 사건,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으리라.)
그래. 제니하우스는 조만간 다시 열릴 게다. 몇몇 외국 사이트를 위해 국내의 무자비한 불펌질을 감수하면서도 외부링크를 견뎌왔던 제니하우스지만, 이제
외부 링크를 원천적으로 차단해버리고 다시 열릴 것이다. 생각없는 불펌질 누리꾼들은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스미스 요원이 인간을 비유해 말했던, '바이러스' 같다. 그저 들이닥쳤다가 맘껏 노략질하고 소모해버린 뒤, 버리고 또 다른 곳으로 떠난다. 그들에게 배려나 책임의식 같은 건 배부른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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