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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직접 송편을 빚지 않고 사 먹게 된 것도 10년여나 되었다. 10년전에는 집안이 어려워 송편 따위에 정신을 쏟을 호사가 다 무엇이냐며 납득을 하려했지만 수박이 들어가는 큰 냉장고도 살 수 있을 정도로 형편이 나아진 지금임에도 송편을 빚지 않는 이유에 대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귀찮다."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찹쌀을 불리고 찧고 밤을 삶고 속을 파내고 꿀을 섞고 하는 수고를 쏟는단 말인가? 하기사 김치도 사 먹는게 훨씬 편하고 싸게 먹히는 세상이다. 아무튼 오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 "송편 할 거예요?" 물어보았다. 교회에서 송편을 '공구'한다신다. '공구'.....-_-
내 기억으론 빚어 만든 송편 중에서 우리 어머니의 송편보다 예쁜 것을 본 적이 없다. 빚어 만든 송편 뿐인가. 기계로 찍어내는 그 보디빌더 같이 기름이나 질질 칠한 송편 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날렵한 범선의 몸매를 연상하게 만드는 흡족한 무언가가 우리 어머니의 송편에 들어있다. 그리고 그 예쁜 송편을 내가 똑같이 빚을 줄 안다. 자랑이다. 내가 유독 우리 식구 중에서 추석만 되면 송편 빚는 것에 징징대며 집착하는 이유가 그 때문인 것 같다. 송편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 낳는다고 하는데, 내 딸들의 미모가 가히 짐작이 간다.
덧.
아, 깜빡했다. 이글은 추석 인사용이다. 송편 많이들 드시고 행복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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