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상을 열거하며) 이것이 다 박정희의 쿠데타와 유신독재와 장기집권 때문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중략) 그런데 박정희는 유신독재를 했다고, 또 일본군 소좌였다고 역사에서 말살하려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고 파괴하려는 행위입니다. - 김홍도 목사의 설교 본문 중에서 (뉴스앤조이 기사 전재)
정기 고연전에는 딱 한 번 가봤다. 응원가 하나 제대로 모르는 채로 시종 물 위에 뜬 기름마냥 일행에 이끌려 다녔다. 경기가 종료되자 모든 관중들이 일제히 트랙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이트클럽 스테이지를 야외로 옮겨놓은 것처럼 인산인해를 이루는 가운데 본격적인 응원전이 시작되었다. 그 자리에서 온몸으로 느꼈던 기분 또는 감정은 꽤나 특별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오대수가 15년동안 먹어왔던 군만두였기에 이름모를 한 중국집에서 한 입 깨물고서도 '그 맛'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처럼, 잠실종합경기장의 붉은 트랙위에서 이마를 치고 등줄기를 휘감아 내려갔던 그 느낌은 틀림없이 익숙한 것이었다. 바로 교회 수련회!
수백 수천명이 집단으로 광기에 가까운 흥분 상태를 만끽하는 그 순간은 틀림없이 교회 수련회의 기도회의 풍경과 닮아있었다. 억측이라 치부하지 마시라. 당시
홀스크였던 나였기에 그 발견을 적잖이 당황해했으나 틀림없는 사실이다. 중학교 때부터 참석해왔던 수련회의 첫 기억은 열성적인 한 교사가 쉴새없이 큰 북을 둥둥 울리며 기도를 고무하는 스틸컷으로 남아 있다. 해가 바뀌고 보다 세련된 모양새는 갖추었지만 음악과 분위기 조성을 통해 단정하여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최면 상태를 유도해 간다는 트렌드는 한결같았다.(기도할 때마다 반주자는 멀뚱멀뚱 깨어서 최적의 BGM을 까는 이유가 무엇인가? '주여 삼창', '쭈우여', '미쓤미다'로 대표되는 선동형 기도가 전폭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손을 든 각도와 시간, 일어서 기도할 수 있는 용기, 보다 극적인 부르짖음과 곡성(?) 따위는 방언 기도의 강조 풍조와 함께 기도 자체의 진실성과 괴리되어 갔다. 그리고 고연전 당일 응원전의 은혜로움(?)을 체험한 뒤 수련회 가는 것을 그만 두었다.
이것은 신앙의 자의성에 관한 것이다. 부흥사들과 순복음 경향의 목사들이 극대화된 감정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앙활동을 신앙의 증거로 격찬(또는 미화)하는 와중에 빈번히 발견하게 되는 일개 대중가수의 콘서트, 응원전과 같은 단체활동 속의 그것은 신앙의 객관적 평가영역과 자의성의 경계에 대해 심각한 회의감을 가져온다. 모세와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된 신앙의 선배들에 대한 존경의 깊이 만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신앙인들의 자괴는 뿌리가 깊다. 쉽사리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방치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실존하는 존경심의 원동력 - 성경은 해석론의 주요한 원전이 되었다. 문제는 그 해석이 '하나님의 뜻'임을 - 달리 표현해, 객관적임을 - '관계자들'이 인증해 주지 않는다는 고민이다.
위에 박스처리해 인용한 김홍도 목사의 설교도 그런 경우다. 나는 종래, 이와 같은 흐름을 사탄의 역사라고 치부하였으나 우리나라 현실 사상사의 진보-보수 대립 양상을 관찰하면서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갖게 되었다. 보수성 때문에 질타를 당하는 우리 부모들의 '그 보수성'이 지난 수십년을 실재했던 자들로서 원죄처럼 찍힐 수밖에 없는 정신의 낙인이라면, 보수성의 發露는 '惡性'이 아니라 '天性'이다. 마찬가지로 김홍도 목사가 개인의 惡性에 기인하여 종교와 하나님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당초 그의 신앙의 토대가 된 해석론에 자의성이 과도하게 가미된 것일 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김홍도 목사의 신앙이 유죄라면 적어도 그는 '
확신범
'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모든 신앙인들의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많은 목사들이 호기심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에게서 이 질문을 받지만 능수능란한 말돌리기 외에는 그들 자신도 딱히 답이 없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하나님의 기준에서 터무니 없는 것이고, 그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신도 판단을 받을 것이며, 그와 같은 판단 앞에서 자의성의 영으로의 수렴은 기대하기 어렵다. 예언과 계시는 수많은 하나님이 병존하는 이 시대에 너무나 꿈같은 이야기다. 각자의 양을 먹이고 한 걸음 한 걸음마다의 불빛에 감사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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